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되자마자 이랜드 사태가 발생하여 노사정간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중에 있다.
사실 이랜드 사태는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이미 예견되었던 충돌이라는 점에서 노사정간의 심도있는 대화와 대응책 마련이 부족하지 않았는가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이랜드 사태는 단지 개별기업의 사례가 아니라 향후 발생할 전국적인 노사갈등의 대리전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법에 대한 대응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 될 수 있다. 하나는 이랜드가 선택한 방식으로 집단해고 또는 외주용역업체에 하청을 주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비정규직 법안의 원래 취지에 역행하는 것으로 원청업체와 최저비용에 입찰하는 용역업체에 의한 임금삭감과 근로조건의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지난 해 11월 20일 비정규직 입법이 통과 된 직 후 법원행정처는 계약직 민간경비원 40여명을 계약 해지 하였으며, 이어 서울대 병원은 비정규직의 단계적 정규직화에 대한 노사 합의에도 불구하고 2년 미만의 비정규직 20명을 계약 해지했다.
같은 날 철도공사도 새마을호 승무원 113명을 계약 해지하고 자회사인 KTX관광레저에 위탁시켰다. 또한 외주화의 경우 고용이나 임금 모두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다른 하나는 노사가 협력하여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개선과 정규직으로의 전한을 모색하는 방식이다. 지난 해 말 우리은행 노사는 임단협에서 입지급 창구를 전담하는 창구텔러 등 비정규직 3100명의 정규직 전환을 합의한 바 있다. 올해 신세계그룹의 이마트에서 비정규직의 일부를 무기계약으로 바꾸었다. 외주화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는 선례를 보여 주고 있다.
문제는 산업이나 업종의 특성이나 기업이 처한 조건의 차이로 인해 비정규직의 해법은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기업체 규모에 따라 해법이 달라질 수 있으며 숙련 정도 등 업무의 특성, 노조 유무, 고용관행, 인사노무관리의 특징, 내부 규정 등 다양한 요인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을 달리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비정규직의 해법을 개별 기업이나 업무 혹은 산업의 특성에 맡겨 둘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85.3%가 100인 미만 사업장에 있으며, 100인 미만 사업장의 평균 임금은 300인 이상 정규직에 비해 40.9%에 불과하다. 따라서 비정규직 해법을 이들 기업의 능력이나 선택에 맡길 경우 비정규직의 임금 및 근로조건 혹은 고용개선은 개선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자본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기업의 이윤극대화를 위한 선택이 비판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점에 관해서는 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입장도 동일하다.
다만 기업은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갖는다는 이른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주장한다. 따라서 이들 단체들은 ‘나쁜 기업’에 맞선 ‘착한 소비’를 호소하면서 이랜드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편으로 기업내부의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비정규직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정규직 근로자 및 노조가 스스로 고용안정 및 인금인상을 위해 기업의 비정규직 남용이나 차별을 묵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양보’가 전제되지 않는 한 비정규직 해법은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노와 사가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모여 보다 넓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비정규직 노동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함께 해법을 찾기 위한 사회적 통합을 이루어 내야 할 때인 것이다.
송일호(동국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