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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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정신분석과 불교-1
20세기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 과정은 세 가지 의식 수준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식(consciousness), 전의식(consciousness), 무의식(unconsciousness)이 그 것. 의식이란 한 개인이 현재 각성하고 있는 모든 행위와 감정을 전의식은 이용 가능한 기억으로 조금만 노력하면 의식 속으로 떠올릴 수 있는 생각·감정이다. 무의식은 개인이 자신의 힘으로는 의식으로 떠올릴 수 없는 생각이나 감정으로서, 자신이나 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감정이나 생각 또는 충동이 억압되어 있다.
불교에서는 유식학에서 이러한 의식 세계에 대해 매우 정교한 이론 체계를 세워 놓았다. 의식(意識)은 본래 불교 용어로서, 산스크리트어 마노-비쥬냐나(mano-vijnana)를 번역한 것이다.
인간은 눈(眼)·귀(耳)·코(鼻)·혀(舌)·몸(身)·마음(意)의 여섯 가지 감각 기관[六根]으로 빛(色)·소리(聲)·냄새(香)·맛(味)·닿음(觸)·현상(法)의 여섯 가지 대상[六境]을 인지한다. 이 가운데 앞의 다섯 가지 안·이·비·설·신을 의식 이전의 식이라고 하여 ‘전 오식’이라고 하며, 의식(意識)은 제6식이라 한다.
이 육식을 사용하는 것을 ‘제7식’‘말나식(末那識)’이라고 한다. 제7식은 사량(思量)을 본질로 하는 식으로 ‘자아의식’이라고 본다. 아치(我癡)·아견(我見)·아만(我慢)·아애(我愛) 등의 네 가지 번뇌와 상응하여 아집(我執)의 근본이 된다.
제8식 ‘아뢰야식(阿賴耶識)’은 모든 법의 종자를 갈무리하고 일으키는 근본 심리 작용으로 만법 연기의 근본이 된다. 아뢰야식은 네 가지 기능을 가진다. 첫째는 ‘함장식(含藏識)’으로서 인간이 신체를 가지고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행하고 생각한 모든 것을 씨앗으로 저장하는 기능이다. 둘째는 무몰식(蕪沒識)으로 인간이 죽어서 감각기능에 의거한 여섯 가지 식[六識]이 사라지더라도, 없어지지 않고 세세생생 윤회를 하는 동안 계속 남아 있는 기능이다. 셋째는 이숙식(異熟識)으로서 함장된 여러 가지 인이 서로 뭉쳐서 익고 변하여 새로운 결과를 초래하는 기능이다. 넷째는 여래장식(如來藏識)으로 여래의 종자를 지니는 기능이다.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의식 세계는 인간이 태어난 이후에 형성된 것이다. 이에 반해 불교에서 말하는 식(識)의 세계는 현생은 물론 전생, 내생에까지 펼쳐져 있다. 프로이트가 말하는 무의식 속에는 억압된 갈등이 들어 있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제8 아뢰야식에는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무의식의 내용은 물론, 만법 연기의 근본이 되는 모든 법의 종자가 함장되어 있다. 불교에서는 정신분석보다 훨씬 이전에 무의식의 세계를 그 범위와 내용 면에서 비교가 안될 만큼 광대무변하게, 치밀하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펼쳐 놓았다.
■불교상담개발원 사무총장
2007-08-08 오후 4: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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