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 대사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와 소림사에서 ‘면벽구년(面壁九年)’을 하고 난 뒤에 성립된 선종은 2조 혜가(慧可), 3조 승찬(僧粲)을 거쳐 4조 도신(道信) 스님으로 이어진다. 도신의 제자인 법융(法融) 스님이 공(空)의 원리를 깨달아 우두산(牛頭山)에서 선법을 선양하여 우두종(牛頭宗)이 생겼다. 그리고 5조 홍인 대사의 문하에서 북종과 남종으로 갈라져 신수 계통은 북종선이 되고 6조 혜능의 계통은 남종선이 되었다. 남종선(南宗禪)에서 다시 다섯 종파로 갈리게 되니 임제·위앙·조동·운문·법안종이 생기게 된다. <선가귀감> 78장에서 서산 스님은 말한다.
조사 스님들의 종파에는 다섯 갈래가 있으니 임제종, 조동종, 운문종, 위앙종, 법안종이다.
임제종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법을 전한 가섭으로부터 33대가 되는 육조 혜능 대사로 이어지는 법맥이니 그 법맥은 남악 회양(南岳懷讓 677-744), 마조 도일(馬祖道一 708-788), 백장 회해(百丈懷海 749-814), 황벽 희운(黃蘗希運 ?-850?), 임제 의현(臨濟義玄 ?-867), 흥화 존장(興化存奬 ?-925), 남원 도옹(南院道 ?-?), 풍혈 연소(風穴延沼 896-973), 수산 성념(首山省念 926-993), 분양 선소(汾陽善昭 947-1024), 자명 초원(慈明楚圓 987-1040), 양기 방회(楊 方會 992-1049), 백운 수단(白雲守端 1025-1072), 오조 법연(五祖法演 ?-1104), 원오 극근(圓悟克勤 1063-1135), 경산 종고(徑山宗 1089-1163) 같은 선사들을 통하여 이어져 왔다.
중국의 임제종은 물론 우리나라 선종에서도 임제종을 선법의 정통으로 간주해 왔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6조 혜능 대사 이후에도 그의 제자들 가운데 일부가 하택파와 청원파로 나뉘어 서로 정통이라고 주장하는 시비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시대 보조 스님이나 보우 스님이 대혜종고 스님의 화두법을 받아들여 ‘임제종풍’을 ‘조사선’의 최고봉으로 삼은 뒤 오늘날까지 임제종을 선법의 정통으로 고수해 오고 있다.
조동종은 육조스님 아래에서 갈라진 곁갈래이니 청원 행사(靑原行思 ?-740), 석두 희천(石頭希遷 700-790), 약산 유엄(藥山惟儼 751-834), 운암 담성(雲巖曇晟 782-841), 동산 양개(洞山良价 807-869), 조산 탐장(曹山耽章 839-901), 운거 도응(雲居道膺 ?-902) 같은 선사들을 통하여 이어져 왔다.
운문종은 마조의 곁갈래로서 천왕 도오(天王道悟 748-807), 용담 숭신(龍潭崇信 ?-?), 덕산 선감(德山宣鑑 780-865), 설봉 의존(雪峯義存 822-908), 운문 문언(雲門文偃 ?-949), 설두 중현(雪竇重顯 980-1052), 천의 양회(天衣義懷 989-1060) 같은 선사들을 통하여 이어져 왔다.
위앙종은 백장의 곁갈래로서 위산 영우( 山靈祐 771-853), 앙산 혜적(仰山慧寂 840-916), 향엄 지한(香嚴智閑 818-914), 남탑 광용(南塔光涌 ?-?), 파초 혜청(芭蕉慧淸 ?-?), 곽산 경통( 山景通 ?-?), 무착 문희(無著文喜 820-899) 같은 선사들을 통하여 이어져 왔다.
법안종은 설봉의 곁갈래로서 현사 사비(玄沙師備 835-908), 지장 계침(地藏桂琛 867-928), 법안 문익(法眼文益 885-958), 천태 덕소(天台德韶 891-972), 영명 연수(永明延壽 904-975), 용제 소수(龍濟紹修 ?-?), 남대 수안(南臺守安 ?-?) 같은 선사들을 통하여 이어져 왔다.
임제종 가풍은 맨 손에 칼 한 자루를 들고 부처도 죽이고 조사도 죽인다. 삼현(三玄)과 삼요(三要)에서 옛날이나 지금이나 근본 뜻을 판단하고 ‘주인과 손님’의 관계에서 용인지 뱀인지를 알아낸다. 부처님의 지혜를 상징하는 금강보검으로 썩은 나무에 붙어사는 허깨비들을 제거하고 위풍당당한 사자의 위엄으로 여우와 살쾡이의 심장과 쓸개를 남김없이 찢어발긴다. 임제종 가풍을 알고자 하는가?
靑天轟霹靂 平地起波濤.
푸르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지고
평평한 땅에서 큰 파도가 일도다.
조동종 가풍은 방편으로 오위(五位)를 열어 근기가 다른 사람들을 두루 잘 이끄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혜의 보검으로 잘못된 모든 견해를 자르니 묘하게 이 법이 잘 통하여 온갖 집착을 끊는다. 소리와 모습을 갖춘 이 세상이 있기 전 눈 가득히 빛이요 하늘과 땅이 생기기 전 유리병 속에 비친 바람과 달이다. 조동종 가풍을 알고자 하는가?
佛祖未生空劫外 正偏不落有無機.
부처님과 조사 스님 나오기 전 아주 먼 옛날부터 정(正)과 편(偏)으로 유(有)나 무(無)의 틀 속에 떨어지지를 않는다.
운문종 가풍은 칼날 위에 길이 있고 꽉 막힌 철벽에는 문이 없다. 드러난 갈등을 뒤집어 없애고 늘 일으키는 알음알이를 단숨에 잘라버린다. 번개처럼 빨라 미처 알아챌 수 없고 용광로처럼 뜨거우니 어찌 머물 수가 있겠느냐? 운문종 가풍을 알고자 하는가?
杖子 跳上天 盞子裡諸佛說法.
주장자가 하늘 높이 날아오르니
술잔 속의 부처님이 온갖 법을 설하도다.
위앙종 가풍은 스승이 부르고 제자가 화답하니 아버지와 아들이 한 집에 사는 것과 같다. 옆구리 글자로 높은 경계를 드러내고 방장실에서 학인들 공부를 점검함에 사자의 허리가 부러지는구나. 온갖 잘못된 견해를 한번에 끊어 내니 입이 두 개가 있어도 말할 혀가 없다. 구슬 속 아홉 구비 구불구불 난 구멍에 실을 꿰도다. 위앙종 가풍을 알고자 하는가?
斷碑橫古路 鐵牛眠少室.
부러진 비석이 옛 길에 쓰러져 있고
무쇠 소가 작은 방에서 잠을 자는구나.
법안종 가풍은 말 속에 메아리가 있고 화두 속에 칼날을 숨기고 있다. 분별심이 사라진 해골들은 언제나 여기저기 널려 있고 본디 깨달음을 나타내는 콧구멍은 가풍을 불어 낸다. 바람 불어 소리 내는 나뭇가지와 환한 달이 비치는 맑은 시냇물은 참된 마음을 드러내고 푸른 대나무와 누런 꽃은 오묘한 법을 잘 밝힌다. 법안종의 가풍을 알고자 하느냐?
風送斷雲歸嶺去 月和流水過橋來.
바람 불어 뜬 구름이 봉우리로 올라가고
시냇물은 달을 품고 다리 밑에 흘러가네.
■원순 스님(송광사 인월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