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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면 다 광대가 되는 법이지/이승하 | 시학 2007 | 8천원
이승하는 1960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김천에서 성장하였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시집 <사랑의 탐구>, <폭력과 광기의 나날>, <박수를 찾아서> 등 일곱 권의 시집을 내었다. 그리고 박사학위 논문인 <한국현대시와 풍자미학>등 7권의 연구서와 시론집을 내기도 했다.
그의 최근 시집 <취하면 다 광대가 되는 법이지>에 담긴 58편의 시들은 창작방법상 인유의 방법을 일관되게 활용하고 있다. 이승하는 ‘시인의 머리말’에서 “이 시집의 시들을 써 나가는 동안 모진 방법으로 시를 가르쳐 주신 미당 서정주 선생님을 계속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시집 뒤에 ‘미당 서정주 선생님께’를 제목으로 쓴 ‘시인의 편지’를 게재하고 있어, 시인이 미당으로부터 시를 배우고 등단하게 된 사연을 적고 있다. 이 시집에서 이승하가 인물과 사건을 인유하는 능청스런 산문적 어법을 미당의 방법에서 계승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시집은 광대, 구도자, 노래, 예인을 제재로 한 시를 4부로 나누어 묶었다. 이 가운데 원효, 운암과 지장, 엄장과 광덕, 한산과 습득, 초의선사가 추사에게, 혜초, 성철, 청화, 수경, 지율, 융천사, 풍요, 도솔가, 제망매가, 안민가, 우적가 등 불교 인물이나 사건을 인유한 시가 20여 편에 가깝다.

빠르다
초음속비행기의 속도보다
정통파 투수의 공 빠르기보다 빠르다
기다릴 수 없는 분과 초
눈 깜짝할 사이에 내 뜻 전해지는 전송 속도여!
운암이 마조의 제자 지상을 찾아갔다.
지산은 운암을 보더니 갑자기 활시위를 당기는 시늉을 했다. 이에 질세라
운암은 칼을 빼 화살을 쳐내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지상이 소리쳤다.
“너무 늦었어!”
하지만 운암도 물러서지 않았다
“늦으면 깊은 법이지요.”
이 소리에 지상이 껄껄 웃었다,
- ‘구도자를 찾아서1-운암과 지상’ 부분

이 시는 속도만 있지 깊이가 없는 현대의 일상을 운암과 지상이라는 인물의 사례를 통해 비판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과거에는 남에게 자신의 뜻을 전달하기까지 오랫동안의 번민과 망설임이 필요했다.
그러나 현재는 이런 기다림이 없이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즉시 전달한다. 이러한 의사전달의 속도에 대한 문제를 지상과 운암의 선적 사건을 통해서 ‘늦으면 깊다’는 잠언적 경구를 독자에게 던져준다. 다시 말해 현대의 속도 중심 문명은 깊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갈수록 가속도를 추구하려는 경박한 현대의 사람들이 땀을 흘리는 것을 보면서 과거 운암과 지산 선사가 서로 느림과 깊이에 공감하고 웃었던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이승하는 원효를 암자에서 내려와 아무 거리낌 없이 노래하고 춤추며 사람으로 살려고 했던 파계승으로 형상화한다.

승복을 벗고 목탁도 버리고
저 자라고 싶은 대로 놔둔
머리카락과 수염 어느새 백발
쪽박 찬 저 거지들보다 내가
나은 것이 도대체 무엇이겠소
공양을 받으며 만인을 내려다보며
내 두드린 목탁은 순 거짓이었소
-‘광대를 찾아서 5-원효(617~686)’ 부분
2007-07-25 오후 5: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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