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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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오현, <설악시조집>, 설악문도회, 2006. 값 없음
이 시집에는 가격표가 없다. 시집 간기나 뒤표지에 값을 인쇄하지 않은 시집이라는 말이다. 작년 7월 말 스님을 뵈러갔다가 바로 출간된 이 시집을 받았다. 스님은 시집 속표지에 ‘설악산 落僧 霧山’이라는 서명을 해 주었다.

설악산은 스님이 주로 주석하는 절이 있는 곳이고, 낙승은 타락한 중이라는 뜻이다. 스님은 대화중에 천진하게도 자신이 낙승이라는 말을 여러 번 강조한다. 무산은 그의 법명이다. 그의 법호는 萬嶽이고, 자호는 雪嶽이다.

조오현은 그의 필명이다. 시집 맨 뒤에 자신을 ‘현재 설악산 산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는 최근 어느 잡지에 발표한 시 약력 란에 자신을 ‘노망기가 있는 노인’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방문 앞에 경향의 문사들이 성시를 이룬다.

1932년 생인 스님은 어려서 절집에 소머슴으로 들어가서 글을 배웠다고 한다. 무학이나 영명하였던 그는 이미 오래전 문단에 등단을 하여 수십 년 간 시조를 써온 시조시단의 원로이다. 주변에서 내어준 그의 이름이 저자로 박힌 시조집과 <벽암록> 등 번역서와 산문도 몇 권 있다.

그간 발표한 시조 145편을 문도들이 모아서 만든 이 시조집은 편집자가 일일이 각주를 달았기 때문에 불교에 소양이 적은 대중들도 읽기에 편하다. 어느 상업출판사에서 내려던 것을 스님이 뺏어와 인쇄소 골목에 가서 싸게 인쇄했다고 한다.

시집 표지는 아무런 디자인이 없이 시집 제목과 시집을 모은 설악문도회 이름만 박았다. 디자인이 스님의 성품처럼 깨끗하거나 간명하기도 하고, 무디자인의 디자인을 역설하고 있다. 그래서 가격표도 없고 디자인도 없는 이 시집을 이 난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토속어와 한자, 절집 말을 시 창작에 거침없이 사용한 그의 시에서 선적 향취와 향기가 가득 묻어난다. 창작자가 회주를 역임했던 설악산 신흥사에 딸린 내원암 암자인 무설전 벽화를 보고 착안한 발상이 기발하고 재미있는 시를 한 편만 맛보자.
내원암 무설전 벽화
누가 그렸나

황새 한 마리
눈 먼 잉어를 물고

그 화공이 돌아오기를
목을 꼬고 있더군요.
-‘무설설4’ 전문
2007-02-06 오후 5: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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