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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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고은 <부끄러움 가득> 시학, 2006. 값 1만원
고은은 불교적 상상력과 선적 방법으로 시를 쓰는 시인이다. 초기의 실존적 허무에서 1970년대 사회적 현실로 문학의 방향을 전향한 이후, 문학이나 삶의 탈정치성과 탈사회성에 동의하지 않는 시인이다. 그가 한국의 문인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로 유력하게 꼽히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동양과 불교, 그리고 정치적 올바름이다. 그의 삶 또한 극적이다. 1951년 군산 북중학교 미술교사 겸 국어교사로 특채되어 교사를 하다가 군산 금강사(현 동국사)에 머물던 혜초를 만나 출가하여 일초라는 법명을 받았다. 1953년에는 효봉 스님의 제자가 되어 구걸행각을 하다 안국동 선학원에 들어가서 불교 총무원 간부, 전등사 주지, 해인사 교무 및 주지대리, 불교신문을 창간하고 초대 주필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시적 대상을 직관하여 순간의 상황을 파격적 언어로 포획하는 창작방법을 구사한다.

옷 한 벌 없이 살아가는
휴전선 짐승들에게
달마을 덕보에게
미안하구나

바람부는 날
나는 제일모직이라는 걸 입고
집을 나선다

개들아 악발이로 악발이로 짖어대어라
나 또한 거지이거나 도둑이거나
그 중의 하나
- ‘출타’ 전문

옷을 입고 사는 사람인 자신이 옷을 입지 않고 살아가는 짐승들이나 마을의 개(덕보)에게 미안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거지가 아니면 도둑이니 악발이로 짖어달라고 주문한다. 자신을 짐승의 급수로 맞추거나 거지이거나 도둑이라고 자인한다. 그의 대부분 시에 나타나는 이러한 상상은 독자에게 읽기의 충격과 정서적 파장을 일으킨다. 또 그는 시에 비교과서적이고 상식모반의 언어를 자주 사용하여 비약의 쾌감을 주기도 한다. 그는 인간을 ‘짝퉁인생’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렇다, 우리는 거개가 짝퉁으로 산다. 진짜를 닮고 싶어 하는 짝퉁인생인 것이다. 그러면서 진짜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는 짝퉁인 것이다.

짝퉁

이 낱말을
내 사전에 올리리라

무섭구나
나는 누구의 짝퉁이냐
그 누구는
누구의 짝퉁이냐

밤길 철새
연달아 가는
이 상호텍스트의 한 낱말을
내 원시어사전에 꼭 올리리라

짝퉁은 진짜의 꿈 아니냐 그 지긋지긋한 진짜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냐
- ‘짝퉁’ 부분
2007-03-20 오후 5: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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