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성이 본래 청정한 줄 내 어찌 알았으리오!
자성이 본래 생멸 없음을 내 어찌 생각했으리오!
자성이 본래 스스로 모두 갖추었음을 내 어찌 기대하였으리오!
자성이 본래 동요 없음을 내 어찌 예측했으리오!
자성이 그 자체로 능히 만법을 냄을 내 어찌 알았으리오!
何期自性 本自淸淨
何期自性 本不生滅
何期自性 本自具足
何期自性 本無動搖
何期自性 能生萬法
-육조혜능
6조 혜능(六祖慧能, 638~713)은 시법시 ‘菩提本無樹’를 지은 후, 오조 홍인의 부름을 받아 <금강경>법문을 듣는다. 이때 “머문 바 없이 그 마음을 낸다”라는 구절에 이르자 혜능은 언하에 확철대오하니, 일체만법이 자성을 여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위의 게송은 극도로 진공상태인 무아경지에서 심정을 토로한 오도송이다. 현대수사학으로 보면 진술시인 독백시다.
이 오도송을 듣고, 혜능이 진실로 자성본원에 이른 것을 안 홍인은 “자성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불법을 공부하여도 아무 이득을 얻을 수 없다. 본심을 알고 자성을 터득한 사람이야말로 장부요, 하늘과 사람의 스승이며, 이 사람이 부처다”(不識本心 學法無益 若識自本心 見自本性 天人師 佛 世尊)고 설하고, 조사의 의발과 돈교의 법을 밀지한다.
혜능은 광동성 영남에서 태어났다. 성은 노씨고 이름은 능이다. 너무 가난하여 글자를 깨칠 기회조차 없었던 그는, 어느 날 우연히 어떤 사람이 읽는<금강경>독경소리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이 난다”(應無所住 而生其心)를 듣고 바로 그 글 뜻을 알았으며, 이 경전의 말씀을 베푸는 곳이 하북 황매산 5조 홍인(五祖弘忍, 601~678)임을 알게 된다.
혜능은 멀리 하북 황매현 빙무산(별칭 동산)을 찾았다. 홍인은 그를 보자, 몇 마디 테스트를 했다.
‘영남은 오랑캐라, 그런 주제에 어떻게 부처가 되겠는가?’ 하자 혜능은 “사람에게는 남북이 있겠습니다만 불성에 어찌 남북이 있겠습니까? 이 오랑캐와 스님이 어찌 같겠습니까마는 불성에야 무슨 차별이 있겠습니까?”(<육조법보단경> ''''오법전의'''' 제1.)
이 말을 들은 홍인은 이 사람이 다듬어지지는 않았으나 근기가 빼어난 사람임을 발견한다. 혜능을 방앗간 일을 시킨지 일여덟 달이 지난 어느 날, 조사께서 법통을 전승시킬 때가 되었음을 알고 산중 모든 대중을 불러 모우고, 지혜를 스스로 살펴 자기 본심인 반야의 성품으로 게송을 하나씩 지어 오라하며, 만일 큰 뜻을 깨친 사람이 있으면 법과 옷을 전하여 제6대조로 삼겠다고 공포하였다.
이때 대중들의 교수사인 신수는 법과 옷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스승의 분부를 받드는 의미로 아래의 게송을 지어야 했다. 신수는 게송을 오조께 바치려하니, 심중이 황홀하고 온 몸에 땀이 흘러 어쩔 수 없이 스님이 보고 판단하도록 복도의 벽에 붙였다. 이 게송을 본 5조는 제자들에게 이 게송을 암기해서 따르면 그저 악도(惡道)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칭찬하였다. 이 게송을 들은 혜능은 자기가 지은 아래 게송을, 글을 아는 사미에게 써 달라하여 신수의 게송 옆에 붙이니, 오조께서 보고 혜능이 자성을 보고 견성하였을 알고 삼경에 가만히 불려서 6대 조사로 인가했다.
신수와 혜능의 게송을 살펴보자.(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