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란 종교를 알기 쉽게 비유한다면 ‘바다’라고 할 수 있다. 그 바닷물을 표주박으로 떠 맛을 보면서 이 맛은 어떻고 저 맛은 어떻고 한다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또한 그 바닷물 한 바가지를 담아 이 물은 한강에서 왔고 저 물은 미시시피 강에서 온 거라고 구별한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상담심리학’ 그리고 ‘불교’를 함께 놓고 보니 불교란 망망대해 앞에 표주박을 들고 서 있는 느낌이 든다. 태평양 한 가운데서 손바닥에 물을 담고 이 물은 어디에서 왔을까 하고 무모하게 추량하는 건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도 생긴다. 그러나 상담심리학이 바다 같이 무량한 불교를 이해하는 하나의 지류, 또 하나의 방편이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가져본다.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면서, 그리고 실제로 현장에서 상담을 하다면서 이것이 바로 부처님이 가신 길, 부처님이 하신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비록 부처님의 교화 과정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와 비슷한 작업을 현대 상담가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불교의 기본 교리인 사성제가 상담 현장에서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내담자의 괴로움을 함께 느끼고(苦聖諦) 그러한 괴로움이 일어난 원인을 파악하며(集聖諦), 오랜 경험과 전문성으로 그 괴로움을 없앨 수 있음을 알며(滅聖諦), 괴로움을 없애는 길을 함께 닦아간다(道聖諦). 부처님께서 스스로를 대의왕이라고 일컬으셨듯이 부처님이 설파하신 사성제는 의학 모델을 따르고 있는 오늘날의 상담심리학과 일맥상통한다. 이렇게 그 어느 분야보다도 상담심리학과 불교는 형태와 내용과 실현 방식에서 유사점이 많다.
그러나 차이점도 많다. 현대 상담심리학에서 주요 상담 대상으로 삼고 있는 내담자와 정통 불교의 교화 대상은 심리적 건강 상태에서 차이가 난다. 또한 상담에서 추구하는 목표와 불교에서 추구하는 목표에서 차이가 나며, 상담 내용 역시 많이 다르다. 그뿐만 아니라 부처님의 교화 과정과 현대 상담가들이 상담을 진행하는 방식에서도 많은 차이점이 있다. 상담을 하는 주체인 상담자와 불교의 교조인 부처님의 인격적 성숙, 역량, 그리고 전문성에서도 현격한 차이가 난다.
신설된 연재 칼럼을 통해 상담심리학과 불교를 여러 각도로 조망하면서, 상담심리학을 통해 불교에 새로이 접근하고, 또한 불교의 무한한 지혜와 무수한 방편을 현대 상담심리학에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본다.
<프로필> 월간 불광 기자,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와 한국관광공사 등에서 홍보 업무를 해오다가 늦게 상담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연세대 교육대학원에서 상담교육학을 전공하고(석사 논문: <불경에 나타난 상담사례 연구-잡아함경을 중심으로>), 현재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상담심리학 박사과정을 전공, 마지막 학기에 들어섰다. 한국상담심리학회의 상담심리전문가이며, 대원불교대학 불교상담심리치료학과에서 상담심리학을 강의하고 있다. 1990년도에 장편추리소설 <저린 손끝>으로 문단에 데뷔, 소설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장편소설 <저린 손끝> <거울 없는 방> <트라이앵글>, 수필집 <요설록>, 전자책 <입장차이>, 학술서적으로 <붓다의 상담-꽃향기를 훔치는 도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