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상담에는 세 가지 구성 요소가 있다. 도움을 청하는 내담자와 도와주는 상담자,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 내담자와 상담자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 대하는 대면 관계다. 이 가운데 내담자 요소를 살펴본다.
상담심리학에서 내담자를 분류할 때는 여러 가지 요인을 참조한다. 갖고 있는 문제가 얼마나 지속되었는지 시간의 경과에 따라서 살피기도 하고, 문제 발생 원인의 소재에 따라 구분하기도 하며, 문제의 심각성의 정도에 따라 분류하기도 한다.
시간적 요인을 살필 때는 그 문제가 일시적인지, 지속적인지 또는 일시적이지만 재발할 수 있는지를 보며, 발생 원인의 소재에 따라 구분할 때는 문제의 원인이 성격적 문제 등으로서 개인 내부에 있는지, 상황적 문제 등으로서 외부에 있는지를 파악한다.
심각성의 정도에 따라 분류할 때는 아무런 심리적 문제도 겪지 않는 정상적 상태인가, 신경증적 문제를 겪는 상태인가, 정신증적 문제를 겪는 상태인가를 면밀히 살핀다. 이러한 내담자의 상태에 따라 상담자도 달라진다. 문제의 정도가 심각한 정신증적 상태에 대해서는 정신과 의사가 주로 입원 또는 약물 ‘치료’를 하며, 신경증적 상태 또는 정상 상태이나 심한 스트레스나 충격적인 사건 등으로 부적응 상태에 처한 사람은 상담가가 심리 상담을 한다. 또한 임상심리사가 있어 두 분야의 중간쯤에서 조금 더 심각한 신경증, 심리 부적응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심리 평가 및 진단을 하고 심리치료를 하기도 한다.
이 세 분야의 전문가들의 주된 활동 영역은 위에서 말한 대로이지만, 반드시 자기 영역에만 한정해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정신과 의사가 좀 더 정상적이지만 부적응 상태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을 하기도 하고, 상담심리사도 정신증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여 상당한 치료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어떤 사람이 내담자였을까? 부처님 당시에는 내담자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러므로 부처님을 찾아와 자신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 즉 구도자나 부처님이 교화 대상으로 삼은 사람들을 현대 심리상담의 내담자라 가정하고 살펴본다.
부처님 당시의 내담자는 매우 다양했다. 아주 어린 아이에서부터 노인, 거지에서부터 거대한 부를 쌓은 장자, 천민에서부터 국왕 또는 성직자, 바보에서부터 지혜로운 현자, 귀신과 천인, 외도와 제자, 살인마와 도적, 남자와 여자 등 온갖 종류와 각계 계층의 사람이 망라되었다. 그러나 이들이 갖고 오는 문제는 오늘날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심리적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높은 경지라 할 수 있는 생사의 문제, 생사 해탈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현대의 내담자들과는 차원이 많이 다르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교화 사례에서는 오늘날 심리치료의 주 대상인 정신증이나 신경증을 가진 사람은 발견하기 힘들다. 정상 상태이나 일시적으로 심리적 부적응 또는 문제에 봉착한 사람을 간혹 만날 수 있을 정도다.
불교상담개발원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