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은 시작과 진행 과정도 중요하지만, 종결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종결을 잘 해야 내담자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상담의 종결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심리적 재탄생으로서의 종결이다. 상담을 시작할 때는 내담자가 심리적 문제에 압도되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자 찾아왔지만, 종결이 될 때에는 문제가 해결되고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회복하여 심리적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타협 형성으로서의 종결이다. 사실상 인간의 삶에서 문제의 완벽한 해결이란 불가능한 일이다. 상담에서도 초기에 설정했던 목표를 완벽하게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상담의 본질적 한계를 인식하고 적절한 선에서 일종의 타협을 하는 것으로 종결이 이루어진다. 세번째로는 실생활에 대한 적응 훈련 과정으로서의 종결이다. 내담자가 갖고 온 문제가 완화되었거나 해결되었다고 하여 곧바로 상담을 종결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과정을 거쳐 점진적으로 종결을 한다. 상담에서 얻은 성과를 실생활에 적용해 보고, 이러한 체험을 통해 어떠한 점이 어려우며 어떠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지 점검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종결을 하게 되면 내담자는 실생활에서 같은 문제에 다시 봉착하게 되거나, 다른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이를 바로잡고 넘어설 수 있는 적응력을 기를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언제 상담을 종결할까? 현대 심리 상담에서는 성공적인 상담 종결의 조건으로 문제 증상의 완화, 현실 적응력의 증진, 성격 기능성의 증진 등 세 가지를 든다. 여기서 성격 기능성의 증진이란 자신의 심리적 갈등의 기원이나 배경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며, 객관적인 견지에서 자신을 수용하고, 내적 현실과 외적 현실을 잘 구분하며, 충동에 대한 인내력을 갖추고, 자기에 대해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지 않는 것 등을 말한다.
실제로 상담을 종결해 나갈 때 심리상담가는 종결에 대한 내담자의 불안을 다루는 데 주력하며 상담자에 대한 의존성을 극복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앞으로 닥칠 어려운 상황에 대비하여 내담자의 면역력을 쌓고, 증상 재발에 대해 준비한다. 즉 종결 과정을 통해 내담자가 홀로 설 수 있도록 감정을 정리하게 하고 앞으로 대처해 나갈 힘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상담 종결을 어떻게 하셨을까? 부처님의 상담, 즉 교화 활동은 부처님이 열반에 들면서 종결된다. 부처님은 열반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당신이 떠나갈 것을 미리 알려 주신다. 부처님은 “사랑할 만한 것은 모두 떠나는 법이니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말라”고 자상하게 일러주면서 “자신을 등불로 삼고[自燈明] 자신을 의지하며[自歸依], 법을 등불로 삼고[法燈明] 법을 의지하라[法歸依]”고 말씀하신다. 현대의 상담 종결 시 필수적으로 거치는 내담자의 불안 다루기, 상담자에 대한 의존성 극복하기, 내담자의 면역력 쌓기, 증상 재발에 대해 준비하기가 이 말씀에 다 들어 있다.
불교상담개발원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