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는 <법구경>에서 “그럴싸한 옷차림에 감추어진 몸뚱이를 보아라.” 하시면서, 우리 몸은 “피고름덩어리, 뼛조각으로 얽어놓은 질병의 자루, 부질없는 쾌락을 좇는 번뇌 주머니, 허약하기 짝이 없는 것, 오래 가지도 않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중생들은 말할 것도 없고 출가한 수행자들조차 부질없이 흩어질 이 몸뚱이에 대한 집착을 떨치지 못하여 짓는 업들이 끝이 없다. <선가귀감> 68장에서 말한다.
咄哉 此身 九孔常流 百千癰疽 一片薄皮. 又云 革囊盛糞 膿血之聚 臭穢可鄙 無貪惜之 何況百年將養 一息背恩.
아! 이 몸이란 언제나 아홉 구멍에서 더러운 것이 흘러나오고 온갖 피고름덩어리들을 한 조각 얄팍한 살가죽으로 싸 놓은 것이구나. 또 가죽 주머니에 똥을 채워 놓은 피고름 덩어리라 냄새나고 더러워서 탐하거나 아까워할 게 없다고 하는데, 하물며 백 년을 길러준들 숨이 끊어지면 그 은혜를 등지고 말 것이니 여기에 무엇을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느냐?
여기서 말하는 아홉 구멍은 눈구멍 두 개, 콧구멍 두 개, 귓구멍 두 개, 입 하나, 똥과 오줌을 누는 구멍 두 개를 모두 합하여 말한 것이다. 서산 스님은 이 단락을 풀이하여 말한다.
上來諸業 皆由此身 發聲叱咄 深有警也. 此身 諸愛根本 了之虛妄則 諸愛自除 如其耽着則 起無量過患故 於此特明 以開修道之眼也.
이 장 앞에서 말해 온 모든 업들이 다 이 몸으로 말미암아 생겼으니, 꾸짖어 탄식하는 듯한 “아!” 하는 소리는 이것에 대하여 깊은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한 뜻이 있다. 이 몸이 모든 애욕의 근본이니 그 허망함을 알면 온갖 애욕이 저절로 사라지고, 이 몸을 너무 좋아하여 집착하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허물이 일어나므로, 여기에 그 사실을 특별히 밝혀 도를 닦는 사람들의 안목을 열어 주려는 것이다.
우리는 어머니의 태속에 있을 때에는 깨끗하지 못한 부모의 정혈(精血)이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는 아홉 구멍으로 늘 깨끗하지 못한 더러운 것들이 흘러나올 뿐만 아니라, 이 몸 자체가 피고름과 똥오줌 등의 깨끗하지 못한 것들을 싸가지고 다니는 가죽주머니나 마찬가지이다. 숨 한번 못 쉬면 피는 곧 엉기어 피고름으로 변하고, 우리 몸은 매우 독한 냄새를 풍기는 송장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서산 스님은 말한다.
흙, 물, 불, 바람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이 몸뚱이에는 주인이 없으므로 하나같이 네 명의 원수가 모여 있다고 말한다. 흙, 물, 불, 바람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이 몸뚱어리는 숨이 끊어지면 저마다 흩어져 한평생 길러준 은혜를 저버리는 것들이므로 하나같이 네 마리 뱀을 기른다고 말한다. 내가 그 허망함을 모르므로 다른 사람의 일로 성을 내기도 하고 잘난 체를 하기도 하며, 다른 사람들도 그 허망함을 깨닫지 못하므로 나 때문에 화를 내기도 내고 거만을 떨기도 한다. 이는 마치 두 귀신이 송장 하나를 가운데 놓고 싸우는 것과 같다. 쓸모없는 하나의 송장이나 마찬가지인 그 바탕을 우리는 물거품처럼 곧 사라질 ‘거품 덩어리[泡聚]’, 깨어나면 모든 것이 사라질 ‘한바탕 꿈과 같은 것들[夢聚]’, 늙고 병들면서 늘 고통을 동반하고 살아야만 하는 ‘괴로움 덩어리[苦聚]’, 뱃속에 똥을 가득 담고 살아가는 ‘똥 더미[糞聚]’라고도 하니, 그 몸은 곧 썩어 없어질 뿐만 아니라 또한 너무나도 더럽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얼굴에 있는 일곱 구멍에서는 눈물, 콧물, 귀지, 침과 같은 너저분한 것들이 늘 넘쳐흐르고, 허리 아래 두 구멍에서는 언제나 똥오줌이 흘러나오므로, 모름지기 수행자란 언제나 밤낮으로 그 몸을 깨끗이 하고 대중 속에 들어가 살아야 한다. 몸가짐이 거칠어서 깨끗하지 못한 사람들의 곁에는 선신(善神)들이 있지 못하고 반드시 떠나가기 때문이다.
<과거현재인과경(過去現在因果經)>에서 이르기를 “더러운 손으로 경전을 만지거나 부처님 앞에서 침을 뱉는 사람들은 반드시 다음 생에 뒷간 구더기가 될 것이다”라고 하였고, <문수사리문경(文殊舍利問經)>에서 이르기를 “똥오줌을 눌 때 돌이나 나무처럼 조심스럽게 말을 하거나 소리를 내지 말고 벽에 낙서도 말며 함부로 가래를 뱉지도 말면서 뒷간에 있어야 한다”라고 하며, 또 “뒷간에 다녀오면서 깨끗이 몸을 씻지 않는 사람은 좌선하는 자리에 앉아서는 안 되며 법당에 올라가서도 안 되느니라”고 하였다.
율장(律藏)에서 이르기를 “처음 뒷간에 들어갈 때 먼저 손가락을 문에 가볍게 세 번을 튕겨서 뒷간에 있는 귀신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 그리고 볼 일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신통력이 있는 주문을 차례차례 일곱 번씩 외워야 한다.
처음 외우는 것은 뒷간에 들어갈 때의 주문이니 입측주(入厠呪)로서 ‘옴 하로다야 사바하’라고 한다. 다음에 외우는 것은 뒷물 할 때의 주문인 세정주(洗淨呪)로서 ‘옴 하나마리데 사바하’라고 하니, 이 주문을 외우면서 오른손으로 물병을 잡고 왼손으로 뒷물을 할 때 깨끗한 물을 조금씩 천천히 따르면서 착실하게 깨끗이 뒷물을 해야 한다. 다음에 외우는 것은 뒷물하면서 더러워진 손을 씻어내는 주문이니 세수주(洗手呪)로서 ‘옴 주가라야 사바하’라고 한다. 다음에 외우는 것은 몸에서 더러움을 잘 제거했다는 주문이니 거예주(去穢呪)로서 ‘옴 시리예바혜 사바하’라고 한다. 다음에 외우는 것은 몸을 깨끗이 하는 주문이니 정신주(淨身呪)로서 ‘옴 바아라 놔가다 사바하’라고 한다.
이 다섯 가지 신통력이 있는 주문은 큰 위엄을 갖게 하는 덕성(德性)이 있어서 온갖 나쁜 귀신들이 들으면 반드시 공경하는 마음을 낸다. 여법하게 이 주문을 외워 지니지 않는다면 일곱 개나 되는 갠지스강물을 다 사용하여 아무리 오래 씻을지라도 몸이 깨끗해 질 수 없다”라고 하였다. 또 이르기를 “뒷물하는 물은 맑은 물을 써야하고 손을 씻을 때에는 반드시 비누를 사용해야 한다. 또 상황에 따라 톱밥이나 잿물도 비누 대용으로 쓸 수 있다. 만약 비누로 손을 씻지 않으면 더러운 물기가 손등에 제거되지 않았으므로 이런 손으로 예불하고 경전을 읽는다면 반드시 죄를 얻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뒷간에 올라 뒷물하는 법 또한 도를 닦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이기 때문에 경(經)에 있는 말을 간단하게 인용하여 여기에 덧붙여 놓은 것이다.
四大無主故 一爲假四寃 四大背恩故 一爲養四蛇. 我不了虛妄故 爲他人也 瞋之慢之 他人 亦不了虛妄故 爲我也 瞋之慢之 若二鬼之爭一屍也. 一屍之爲體也 一曰泡聚 一曰夢聚 一曰苦聚 一曰糞聚 非徒速朽 亦甚鄙陋. 上七孔 常流涕唾 下二孔 常流屎尿故 須十二時中 潔淨身器 以參衆數 凡行麤不淨者 善神必背去. 因果經云 將不淨手 執經卷 在佛前 涕唾者 必當獲厠蟲報. 文殊經云 大小便時 狀如木石 愼勿語言作聲 又勿畵壁書字 又勿吐痰入厠中. 又云 登厠 不洗淨者 不得坐禪床 不得登寶殿. 律云 初入厠時 先須彈指三下 以警在穢之鬼 黙誦神呪各七遍. 初誦入厠呪曰 「옴하로다야 사바하」. 次誦洗淨呪曰 「옴 하나마리데 사바하」 右手執甁 左手洗之 淨水旋旋傾之 着實洗淨 次誦洗手呪曰 「옴 주가라야 사바하」. 次誦去穢呪曰 「옴 시리예바혜 사바하」. 次誦淨身呪曰, 「옴 바아라 놔가다 사바하」. 此五神呪 有大威德 諸惡鬼神 聞必拱手. 若不如法誦持則 雖用七恒河水 洗至金剛際 亦不得身器淸淨. 又云 洗淨 須用冷水 洗手 須用皂角 又木屑灰泥 亦通 若不用灰泥則 濁水淋其手背 垢穢尙存 禮佛誦經 必得罪云云. 此登厠洗淨之法 亦是 道人日用行實故 略引經語 並附于此.
원순 스님(송광사 인월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