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위한 기도
“부처님 법을 몰랐다면 지식 위주로 가르칠 생각만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마음의 중요성을 알고 인연법을 알기에 마음으로부터 기도하게 됩니다.”
3월이면 대학도 개강이다. 불자인 K씨는 새 학기 시작 전이면 늘 하는 일이 있다. 강의 내용을 준비하는 반면 학생들을 위한 기도를 하는 것이다. 아침마다 하는 참선시간에 학생들을 위한 기도시간을 가진다. 새 학기에 담당하게 될 학생들 아직 얼굴도 모르지만 그들과의 인연에 감사하며 “부처님, 이 학생들을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마나 소중한 인연입니까. 부처님의 진리의 말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들의 모든 업장이 다 녹아 없어지길 발원드립니다. 마음의 힘을 기르고 건강하고 지혜롭게 공부 잘 하게 해 주세요.” 물론 학기 중에도 계속될 기도이다.
K씨가 특히 간절한 마음을 내게 된 것은 개별상담을 통해 학생들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이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정말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이 많았다. 아버지가 실직한 경우들이 꽤 있고 부모님 중 한 분이 돌아가신 경우도 생각보다 많았다. 이런 학생들에게는 아르바이트 하며 힘겹게 번 땀으로 장만하는 학비이다. 그 동안 학기 중에 학교를 그만 둔 학생도 있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도와주려 했지만 학비만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가족생계를 담당해야 하니 돈을 벌어야 한다고 했었다.
더군다나 올해는 대학등록금이 올라 어려움이 많다고 알고 있다. ‘부모님들이 어떤 마음으로 학교에 보낼까’하고 생각하면 지각하거나 게으른 학생들을 보면 화가 난다. “교수님, 과 수석을 해도 취직이 어렵다던데요?”하는 학생들. 졸업해도 낮은 취업률은 학생들을 불안하게 만들거나 좌절하게 만들기 쉽다.
인생의 훈련과정
진짜 문제는 마음 자세이다. 어려운 상황에 마음이 나약해져 공부에 집중을 못하거나 열심히 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물론 힘들지만 그래도 대학까지 왔지 않은가. 공부를 하고 싶어도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진학 자체를 엄두도 못내는 청년들이 얼마나 많은지 잊지 않도록 말해준다. 교육받는다는 것은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하며 우리 사회에서 일종의 책임감까지 느껴야 하는 일이다. 앞으로 사회에서 살아가다 보면 온갖 다양한 문제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청년시절은 그것을 해결해 갈 마음의 힘과 지혜를 기르고 고정관념을 깨고 다양하고 유연한 시각, 부단한 노력을 연습하는 과정과 같다.
“여러분들 닥친 상황이 어렵다고 너무 힘들어 하지 마세요. 앞으로의 인생은 몇 배 더 힘들 수도 있습니다. 아니, 실제 그렇습니다. 운동 경기를 할 때 누가 더 유리할까요. 어려운 상대나 힘든 코스로 연습을 많이 해본 사람과 쉬운 상대와만 겨뤄보고 편한 코스만 택한 사람. 지금 겪는 일들이 하나도 헛된 것은 없습니다. 내 마음의 힘을 강하게 키우고 필수적인 실전 경험을 쌓는 훈련으로 생각합시다.”
대학에서 지식 뿐 아니라 마음의 중심을 확고히 하고 지구촌 시대를 대비해 대승보살의 원력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는 되어야 하지 않은가.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스스로 마음에 힘을 더 키울 수 있다면,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을 생각하는 사회인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질 수 있다면 하고 기도한다.
마음의 입력 바꾸기
K씨가 한 학기 내내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스님의 말씀을 따라 마음의 중요성을 외우기 쉽게 컴퓨터에 익숙한 학생들에 맞게 만든 구호입니다. “마음의 입력이 인생의 출력을 결정한다. 마음의 입력을 바꾸면 인생의 출력이 바뀐다.” 수없이 따라 독송(?)시켜서 학기말 쯤 되면 저절로 외워지게 합니다. 과연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이번 학기에 마음의 입력을 바꾸게 될지 기대됩니다. 그들이 삶과 학교에서 당면한 문제에 대하여 어떻게 지혜롭고 긍정적으로 마음을 바꾸고 새롭게 노력하게 될지 기대됩니다. 그래서 그들의 미래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면, 나무 석가모니불, 엎드려 감사 또 감사 올립니다.
황수경(동국대 선학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