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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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나만 힘들다는 생각 버리기
내 문제에 집착하면
“‘내힘들다’를 반대로 읽어보세요. ‘다들힘내’가 됩니다.”
이 칼럼을 보시고 어느 분이 문자를 보내주셨습니다. “이것도 마음을 바꿀 수 있는 한 방법입니다.”하시면서요. 그 기발한 발상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러면서 정말 진리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자기 문제가 세상에서 가장 힘들게 보인다라는 말도 있습니다만 우리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에만 집착하기 쉽습니다. 나만 힘들다 힘들다 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점점 더 문제는 커보이게 되고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져 좌절하게 되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주위에 아무도 자신을 이해해 주거나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고립감과 외로움에 빠져들게 되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불행히도 우리 나라의 자살율은 최근 부쩍 높아져 사망원인 중 4위가 되었습니다. 다른 난치병과 교통사고를 앞지르고 있는 세계적인 기(奇)현상이라고 합니다.
이해못할 문제는 없다

“선생님, 저 사실은 지금 사는 것 다 정리하러 가는 길인데요.”
실제 필자가 몇 년 전 어느 청년과 우연히 마주쳤을 때 들은 말입니다. 원래 알고 있던 청년이었는데 첫 눈에도 벌써 몰골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어디 가느냐고 했더니 그냥 아무데나 가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었다고 하면서 등에 배낭을 짊어지고 있었습니다. 문득 섬뜩한 느낌이 들었지만, 마음속으로 ‘부처님, 도와주세요’하면서 “어디 가더라도 밥은 먹고 가야지요”하고 근처 식당으로 데려갔습니다. 다행히 순순히 따라와 주었습니다. 저도 약속이 있어 가는 길이었지만 무조건 취소해 버렸습니다. 잘못하면 큰일나겠다,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지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음식을 시키고 고민을 이야기하게 해보려 했지만 “제 문제는 절대, 절대로 이해 못하실 거예요. 그 누구도 제 문제만은 이해못해요. 그러니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만일 아시면 선생님이 저를 어떻게 보실지.” 아무리 괜찮으니 편하게 이야기해 보라고 해도 그는 “이해 못하실 거예요.”만 반복했습니다.

결국 저는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이해못할 문제라고요? 제가 오래동안 사형수법우들을 만나고 있는 것 모르셨군요. 또 강력범들과 무기수들과. 그 사람들과 마음을 터놓다 보니, 피눈물이라는 말조차 무색하고 세상에 그들보다 더한 사연은 아직 못보았는데요. 법우님이 무슨 사정인지는 몰라도, 전 이 세상에서 더 이상 놀랄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러자 그 청년이 깜짝 놀라면서 “그러세요?”하고 가만히 생각에 잠기더군요. 이번에는 정말 힘들게 살아온 재소자 법우들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악조건 속에서도 불법에 귀의한 후 그들이 진심으로 참회하며 어떻게 180도 달라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보살행을 하려고 얼마나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결국 그 날 우리는 다섯 시간 이상을 이야기하며 함께 절에 가게 되었고 그 청년은 지금까지 잘 살고 있습니다. 그는 울면서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했는데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기는 했지만 사실 다른 사람들도 겪고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자기만의 문제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살 희망이 없다고 판단해 버렸던 것입니다.

마음의 봄 만들기
‘사계절 없는 내 마음의 봄을 찾아야 한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마음에 봄이 와야 진정한 봄이 온 것입니다. 겨울 추위는 풀리고 있지만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으로 마음은 여전히 얼어있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혼자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부디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성불하기 전까지 겪는 고(苦)의 종류와 정도에 차이만 있을 뿐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꼭 물질이나 운력 만이 보시는 아닙니다. 경제사정은 물론 가족, 건강, 직장, 인간관계 등으로 정말 어려움에 처한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주위에 혹시 혼자 외롭게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지는 않은지 돌아봅시다. 잘 되라는 마음 한번 지극하게 내주시고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시는 자비를 실천해 보시면 어떨까요. 우리의 훈훈한 마음의 향기와 따뜻한 말의 힘으로 그 분들의 마음에 생명의 봄이 활짝 피어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다들 힘내주세요.
황수경(동국대 선학과 강사)
2007-03-13 오후 3: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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