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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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타인의 모습은 내 마음의 거울
바라는 손주가 생기지 않다
별 어려움 없이 평생을 살아 온 K씨에게 뜻하지 않은 근심의 구름이 덮여왔다. 외아들 내외에게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이었다. 병원에 가 보니 양쪽 다 이상이 없다고 했다. 결혼 후 5년째가 되자 이제 근심을 넘어서 절망적인 마음이 들었다. ‘아이가 영 안 생기는 것이 아닌가? 우리 집안에 대가 끊기는구나’하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해졌다. K씨는 무엇을 해도 좋은 줄을 모르게 되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길 가다 어린 아이와 함께 가는 할머니만 보면 부럽고 서러운 생각이 들었다. 표현을 안 하려고 해도 아들 내외를 보면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죄송해요, 어머니 저희도 하는 만큼 하고 있는데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어요.” 아들과 며느리는 더욱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K씨는 그 동안 절에 갈 때마다 손주를 보게 해달라는 기도를 빠뜨린 적이 없었다. ‘나의 정성이 부족했나?’하며 조상님들께도 기도하고 천도재도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처님, 왜 아무 문제가 없는 아들에게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입니까. 만일 저에게 잘못이 있다면 가르쳐 주십시오. 노력을 안 한 것이 있다면 알려 주십시오”하며 간절히 기도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울고 있었다. 울고 나니 더욱 외롭고 슬픈 생각이 들었다.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
서러운 마음에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 하소연을 하고 싶어 전화를 했다. 그 동안도 가끔 그렇게 했었으니 전화해서 안타까운 마음이나 털어놓고 위로받고 싶었다. 그런데 천만뜻밖에도 오늘은 그 친구의 대답이 무척 쌀쌀하고 냉정한 것이 아닌가. “할 수 없지 않아. 정 안 되면 어떻게 하겠어. 그냥 살아야지”하는 목소리가 어찌나 차가운지 K씨의 가슴을 찌르는 듯 했다. 이상하다, 평소에 착하고 좋은 이 친구가 왜 이러는가 싶었다.

이 친구까지 나를 무시하는가 싶어서 넋을 놓고 한참 앉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친구의 말투가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보니 바로 K씨 자신이 남들이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면 그런 식으로 말하곤 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이 누가 참 안 된 일이 생겼다는 말을 하면 K씨는 “뭐 할 수 없지 않아? 자기 한대로라는데. 아마 전생에 업이 많은가 보지”하고 말하곤 했었다. 그런 말을 할 때 굉장히 차갑고 냉정한 마음이었다는 것이 기억났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난 일들을 돌이켜 보니 사실이었다. 다만 항상 습관적으로 말했을 뿐이지 그런 말이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할 거라는 생각도 없었다. 그 만큼 K씨는 다른 이들의 어려움이나 아픔에 무관심하고 냉정했던 것이다. 평생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정말 몰랐어요. 그런데 바로 내 말투더라고요. 그날 부처님이 가르쳐 주신 거예요. 바로 내 말과 모습이 어땠는지를. 그 후 2년 동안 전 많이 변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하루 만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좋은 말을 하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그런 마음 없이는 말이 안 나온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마음부터 고치게 되었어요.”

지금은 아들 내외의 시험관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는 K씨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만일 손주 문제 때문에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면 이렇게 진심으로 참회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에요. 그러니 오히려 감사한 마음까지 들게 되었어요.” 이제는 누구를 만나도 따뜻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관세음보살 같은 마음을 가진 새 아기가 오기를 기다리며 오늘도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타인은 나의 거울
타인의 모습은 내 마음의 거울이라고 합니다.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사람의 모습이나 언행이 나에게는 없었는지요.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한번 돌아보며 바꾸고 싶은 언행이 있다면 마음으로부터 변화해 가는 진실한 불자가 됩시다.
황수경(동국대 선학과 강사)
2007-03-27 오후 2: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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