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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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혼자 있을 때 누구를 바라보나
혼자 있는 외로움
“정말 외로움을 느낍니다. 아내는 이제 같이 지내려 하지 않고. 혼자 지내야 하는 시간이 이렇게 힘들 줄은 미처 생각 못했습니다.”
몇 년 전 정년 퇴임한 K교수의 말이다. 퇴임 후 K교수는 거의 매일 집에 있게 되었다. 스스로는 계속 책도 읽고 공부도 하려 하지만 상황은 예전 같지 않았다. 우선 세 끼 식사를 집에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당연히 부인이 종일 식사도 챙겨주고 말벗도 되어 줄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것이다. 부인은 아침부터 지역 봉사 모임이나 다른 일이 있다고 나가곤 했다. 음식준비는 부인이 해 놓지만 혼자 밥을 차려서 먹고 있자니 솔직히 외롭고 서글픈 마음이 되었다. 혼자 있게 되는 시간이 견디기 힘들다고 한다.

어느 날 부인에게 불평을 해 보았다. 그러자 부인은 “당신 마치 나하고 하루 종일 함께 있기를 바라는 것처럼 말하시네요. 언제부터 그러셨어요? 당신은 나 없어도 얼마든지 잘 지내는 사람 아니예요?”하고 쏘아붙이는 것이었다.

나 위주로 산 시간
사실이었다. K교수는 평생 재직하는 동안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강의와 논문쓰기, 연구에 바빴고 무엇보다 항상 주위에 동료 교수들이나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말에도 학교에 가거나 모임, 행사에 참석하곤 해서 부인이나 자녀들과는 함께 보낸 시간이 많지 않았다. 부인이 가끔 외롭다고 이야기하면 “이 바쁜 생활에 외로울 시간이 어디 있어? 당신도 집에만 있지 말고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해봐. 봉사라도 하든지”하고 면박까지 주었다. 부인과 깊은 대화를 해 본 기억이 별로 없었다.

이제는 부인이 필요했다. 퇴임 했더니 할 일도 없고 어딜 가도 예전처럼 반기는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수십 년간 부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다가 비로소 집에만 있는 심정을 알게 된 것이다. 이제는 부인이 같이 있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부인은 이미 남편에 대한 기대를 포기한 지 오래이며, 봉사 속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친밀하게 되었다. 그는 절망적인 목소리로 “자업자득이네요. 이렇게 늦게 외롭게 될 줄 알았다면 진작 아내와 대화도 좀 더하고 화기애애하게 지냈을 텐데”하며 한탄하였다. 지금부터라도 어떻게 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지 좀 가르쳐달라는 것이었다. 가끔 절에 다니던 교수는 불법을 머리로만 이해했지 실제 생활에서 적용해 본 적이 없었다. 들은대로 조금씩 해 보기는 하는데 너무 오랜 세월 부인과의 마음이 멀어져 있었음을 느끼며 힘든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늦기 전에 사랑합시다
불자라면 누구나 알고는 있습니다. 나에 집착하지 않는 아름답고 진실한 마음으로 타인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 바로 대승보살의 자비로운 마음과 실천이 중요함을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완고하게 나 중심으로 살아온 습관과 아상을 갑자기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가까운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사랑을 나누는 노력을 등한시하는 것입니다. 핑계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여유가 없어서 나중에 한다고 합니다. 지금은 나만 생각하기도 힘들다, 좀 더 여유가 생기면 그 때 남들도 생각해 보자, 대화할 시간을 내보자. 내일, 내년에 하지 뭐, 노후에 하지. 그 때 가서 이야기해야지, 사과해야지, 용서해 주어야지, 사랑한다고 말해 주어야지. 그러나 그 내일은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하기에는 안타깝게도 이미 너무 늦을 수도 있습니다.

소위 일이 잘 되고 있을 때가 조심할 때입니다. 나 중심으로만 사는 것은 결국 외로움을 가져오고 만다는 점을 알야야 합니다. 부지런히 자신의 이기심을 돌아보고 타인의 마음을 이해해 보고 배려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무엇을 기다리십니까. 바로 지금 내 옆에 있는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보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 봅시다.
황수경
2007-04-03 오후 2: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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