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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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부모님의 눈물
종교를 강요하는 동서
L씨의 시동생 내외는 몇 년 전 다른 종교를 믿기 시작한 후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L씨와 남편에게 ‘전도’하려고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착하고 무던한 성격이던 동서가 굽힐 줄을 모르게 되었다. “형님, 00님을 믿으세요. 구원을 받으셔야지요.” “이 보게, 종교는 개인의 선택이야. 나는 절에 다닌 지 오래 되었는데 이제 와서 종교를 바꾸라고 하면 되나? 그리고 무엇보다 시부모님들도 절에 다니셨지 않아. 자식으로서 부모님께 누가 되는 일을 하면 안 되네.” “그러다 돌아가신 후에 어떻게 하시려고요? 구원받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무조건 00님, 그 분을 영접해야 살 길이 있어요. 아니면 큰일 나신다고요!”하였다. L씨는 그 편협성과 아집에 기가 질릴 지경이었다.

L씨의 마음을 정말 아프게 한 것은 부모님의 제사 때였다. 시동생 내외는 제사 때 오면 한편에 앉아서 절대로 제사상에 절을 올리지 않았다. 그리고는 돌아갈 때까지 이제 제사는 그만 하시고 자기들 가는 곳에 함께 다니시라고 계속 주장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부모님 제사에 절하지 않으려면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형제간 의가 상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 날도 시동생 내외는 제사 지내는 동안 한 쪽 구석에 앉아 자기들 식으로 기도를 계속할 뿐 상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 그런데 그 날은 식사 후 유난히 더 동서가 날카롭게 말했다. “정말 효도가 뭐겠습니까. 부모님들을 00님께 인도해 드리는 길이에요. 형님도 이제 그만 하시고 저희와 같이 기도하십시다.” 동서는 작정하고 온 것 같았다. “그래요, 더 이상 보기만 할 수도 없고요.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제사 때 올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리고는 문을 나서며 “알아 두세요! 저 오늘부터 작정하고 형님이 00님을 믿도록 백일 기도를 올리겠어요. 한번 두고 보세요! 그래도 안 바뀌신다면 앞으로 뵐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차가운 목소리가 마치 비수처럼 가슴을 찔렀다.

시부모님의 눈물
그 날 밤 L씨는 눈물을 흘렸다. 가족의 의가 끊기는 것은 이런 경우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마음으로 조상님들께 죄송하다고 사죄를 드렸다. 시동생 내외를 위하여 마음을 내었다. 동서가 백일 기도를 한다고 했으니 나도 조상님들과 부처님께 기도해야지하고 마음먹었다. 절대로 시동생 내외를 미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누구든지 근본은 다 부처님이라고 하셨다. 그래, 몰라서 그러는 거야. 불교에서는 무명(無明)만이 죄라고 하였다. ‘그들의 아만과 독선을 녹여주세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조상님께 불경하지 않는 마음을 주십시오.’ 절에 못가는 날은 집에서 <금강경>을 독송하며 간절히 기도했다.

그렇게 한 달이 넘은 어느 날 아침이었다. 뜻밖에 동서에게서 전화가 왔다. L씨는 또 무슨 말을 들을까 싶어 가슴을 졸였다. 그런데 동서는 울고 있었다. “형님, 죄송해요. 매일 꿈에 시부모님이 나타나세요. 그날부터 벌써 한달을 똑같은 꿈이예요. 저희 집에 오셔서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저를 붙잡고 우시기만 하셔요. 매일 밤, 이제 견딜 수가 없어요. 제가 너무 눈이 멀었던 것 같애요. 정말 잘못했어요.” 그 말을 듣는 L씨에게 부모님의 환한 미소가 아른거리고 있었다.

오직 모를 뿐
L씨는 동서의 독선에 대하여도 그를 미워하지 않았다. 그가 불자가 되라고 기도한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자식으로서 진실한 마음을 회복하도록 그 사람을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을 낸 것이다. “깊고 간절한 마음은 닿지 못하는 곳이 없다”는 말씀처럼 부처님의 마음이 부모님의 눈물로 동서에게 나투신 것이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불법에 대한 확고한 믿음 때문입니다. 누구나 근본은 부처인데 잘못을 범하는 이유는 중생의 마음이 부처의 마음을 잠시 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업도 공(空)하여 언제라도 한 생각 돌리고 노력하면 변화할 수 있다는 서로에 대한 바른 믿음과 희망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황수경(동국대 선학과 강사)
2007-05-15 오후 2: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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