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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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동생의 잘못을 마음으로 안아주다
시동생과 의를 끊고 살아오다
0씨는 결혼 한 지 30년이 넘었다. 그런데 결혼 후 남모르게 항상 가슴 속에 응어리 같은 아픔과 원망이 있었다. 하나뿐인 시동생을 가족으로 여기지 않는 의절을 했기 때문이다. 그 긴 세월을 안 보고 살아 온 것이었다. 이유는 시동생이 집안에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원래 0씨의 시댁은 상당한 재산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0씨가 시집오고 1년도 지나기 전에 그 많던 재산을 완전히 날리게 되었다. 바로 시동생이 사업한다고 몰래 전 재산을 투자하다가 하루 아침에 그리 된 것이다.
그 때부터 0씨의 고생이 시작되었다. 집까지 차압이 들어와 단칸방에서 온 가족이 지내며 갖은 일을 다 하여 살림을 꾸려 나갔다. “생각도 하기 싫을 정도로 고생했어요. 더군다나 부잣집에 시집갔다고 좋아하던 친정 식구에게 말할 수도 없었고, 그래서 마음고생이 더 컸어요. 그걸 어떻게 말로 다하겠어요.” 온 식구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생하다 보니 남편은 물론, 시부모님도 시동생을 원망하고 외면하게 되었다. 원래 돈이 없던 것도 아니고, 시동생만 아니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하고 생각하니 더욱 억울하고 힘이 들었던 것이다.

어느 날 0씨의 남편은 시동생을 불러 놓고 “너 때문에 이리 되었다. 앞으로 너는 우리 가족으로 생각 않겠다”라고 하였다. 부모님과 김 씨도 묵묵히 다 동의한 것이었다. 그 후 시동생은 집에 발길을 끊었고, 제사 때도 오지 않았으나 식구들은 오히려 당연하게 여겼다.

그의 아픔이 내 아픔
그러다 부처님 말씀을 배우며 0씨는 점점 마음이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인과응보, 인연, 모든 것은 내가 과거에 지어놓은 업에 따라 받게 된다는 말씀이 가장 가슴에 다가왔다. 결국 모든 것은 남의 탓이 아니라 바로 ‘내 탓’이라는 말씀이 가슴을 치는 듯 아팠다. 그래도 시동생에 대해서는 쉽게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드디어 도반들에게 털어 놓았다. 처음에는 부끄럽고 자존심도 상해 집안의 이런 일을 숨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새 마음을 열게 된 것이었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데 이렇게 의를 끊은 채 죽으면 이게 업이 되겠지요? 그래도 용서가 안 되니 이를 어떻게 하면 되겠어요-.”

도반들은 진심으로 염려하고 걱정해 주었다. 무엇보다 시동생을 용서하는 용기를 낼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 주었다. “전생에는 자기가 그 사람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어떻게 알아요? 그냥 오는 건 없는 거예요. 그러니 내가 먼저 용서하라고요.” “그건 불효 중의 불효예요. 조상님들이 어떻겠어요? 제사에도 못 오게 하고.” “아니, 다음 생에도 또 만나서 그렇게 지내려고 해요? 끔찍하지 않아요?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우선 용서하라고요. 그런 악연은 녹이고 벗어나야지.”

과연 부처님의 마음이라면 시동생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 것인가. 0씨는 문득 시동생의 입장이 되어 보았다. 참으로 불쌍하고 안 된 마음이 들었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그리고 본인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외로웠을까 하는 마음이 처음으로 아프게 느껴졌다. 그 전에는 본인이 힘든 생각만 했지 한번도 시동생의 마음은 헤아리지 않은 것이었다. 이제 보니 시동생은 사업이 망한 데다가 집안에 죄를 지었다는 고통스런 마음으로 살면서, 수십 년간 받을 벌을 다 받았을 것 같았다. 너무 마음이 아프고 저려왔다.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0씨는 가족들을 설득하여 시동생 내외를 집으로 초청하게 되었다. 정성들여 저녁공양을 마련하고, 시부모님 앞에서 “그 동안 힘드셨죠. 오늘부터 지난 일은 없던 것으로 합시다. 앞으론 서로 돕고 잘 지내기로 해요.”하고 말하였다. 시동생은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부모님과 온 식구도 같이 울었다. 이 이야기를 하며 0씨는 또 울고 있었다.

내가 아닌 부처님 마음으로
0씨는 ‘네 탓’이라는 중생의 마음에서 ‘우리의 탓’이라는 부처님의 마음으로 변화했습니다. 또 시동생을 ‘나의 마음’이 아닌 ‘부처님의 마음’으로 바라보고 그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건과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오직 0씨의 마음이 변화한 것입니다. 우리도 누구나 지금 이 순간 부처님의 마음으로 변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황수경(동국대 선학과 강사)
2007-02-20 오후 2:00:03
 
 
   
   
2024.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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