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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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어머니와의 악연을 녹이다
사진 속의 주인공
“이게 누구 사진인지 아시겠어요?”
0씨가 사진 한 장을 내민다. 사진에는 한 중년 여성이 있었다. 얼굴표정이 매우 어둡고 찡그린 듯한 인상이었다. “글쎄요-- 모르는 분인데요.” 0씨는 웃으며 “정말 모르시겠어요? 이제 바로 저예요. 5년 전 모습이에요.” 믿어지지 않았다. “못 알아보시겠지요? 그럴 만도 하지요. 그 때는 죽으려고 절에 왔었으니까요. 죽기 전에 절이라는 데나 한번 가보자 하고 왔다니까요.”

0씨는 맏며느리로 결혼하여 딸 둘을 낳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7년 전 시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야 했다. 그 때부터 힘겨운 나날이 시작되었다. 시어머니는 0씨가 무엇을 해도 못마땅해했다. 딸만 나아서 대가 끊겼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음식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딸을 낳은 건 제 책임만이 아니에요.”하고 설명이라도 해보하려고 하면 똑똑하고 잘난 척 한다고 호통을 쳤다. 남편에게 하소연하면 남편은 어머니 편을 드는 것 같았다.

“혼자 되셔서 외로우신 노인인데 당신이 이해해 드려야지 어떡해.”하는 식이었다. 남편만은 위로해 줄 줄 알았는데 야속하기 그지 없고 세상에 혼자 버려진 것 같았다. 딸들 교육에 대해서도 0씨 생각에는 전혀 맞지 않는 말을 우겼다. 이러다 애들 교육까지 잘못되는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밤까지 시어머니와의 대화는 마치 전쟁하는 것 같았다. 내가 왜 이렇게 욕을 먹고 살아야하는지 기가 막혔다. 친정에는 차마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 해 두해가 갔을 때 0씨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참자니 화가 쌓여 우울증에 걸릴 정도였다. 밖에 나가서도 시어머니의 욕하는 목소리가 맴돌았고 악몽까지 꾸게 되었다. 그래도 아침이면 어김없이 또 마주쳐서 욕을 들어야했다. 0씨는 벗어날 수 없는 사슬에 묶인 것 같았다. 가족이니 버릴 수도 없고, 날마다 욕을 듣고 살자니 미칠 것 같고--지옥이란 바로 이런 게 지옥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래, 내가 죽으면 되겠지.’하고 생각했다.

내가 만든 인연 내가 녹인다
아는 사람을 따라 절에 갈 때 ‘그래, 여기라도 한번 가보고 죽자.’하는 심정이었다. 본인 이야기를 털어놓고 가장 놀란 사실은 ‘죽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다음 생이라는 게 있어서 또 태어나게 되는데 시어머니를 다시 만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가족처럼 가까운 관계라면 이전 생에서도 시어머니를 다른 모습으로 만났을 수도 있었다. ‘왜 내가 그런 시어머니를 만났느냐.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다. 바로 내가 그 사람 만날 인연을 지어 놓았기 때문이다. 결국 내 탓이다.’ 지금 시어머니와의 악연을 해결하지 못하면 죽는다 해도 계속될 뿐이다. 끔찍했다. 그 사람을 바꿀 수는 없으니 내가 변해야만 그 악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때부터 0씨는 배운 대로 마음을 바꾸기로 했다. 우선 무슨 욕을 들어도 지나치게 끄달리지 않는 것부터 했다. 내가 듣는 게 아니라 내 속에 깊이 자리한 부처님 마음이 듣고 있다고 생각했다. 쉽지 않았다. 매일 절에 다니며 참회기도를 하게 되었다. 고통스러웠지만 ‘내 마음부터’ 녹이려고 노력했다. ‘모든 건 시어머니 탓’이라는 생각에서 ‘내 잘못’으로 돌렸다. 처음에는 너무 억울했으나 다른 사람들의 체험담을 들으면서 용기가 나고 점차 마음이 바뀌었다. 어떤 인연이었길래 이렇게 욕을 들어야 하는가. 아마 전생에 내가 그 분에게 욕을 많이 했나 보다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몇 개월이 흐르자 정말로 시어머니가 불쌍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진심으로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게 되었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생겼다. 조금씩 시어머니도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날 서로 “미안하다” “죄송해요”하던 두 사람은 부둥켜안고 펑펑 울게 되었다.

업은 바꿀 수 있다
현재 0씨는 밝고 편안한 아름다운 얼굴입니다. 불행한 며느리로 살면서 달라진 것은 오직 0씨의 마음이고 그에 따른 노력입니다. 마음을 바꾸면 얼굴 관상이나 수상(手相)까지도 변한다는 말을 실감나게 합니다. 가끔 전생에 무슨 죄가 많아서 이렇게 사나 하고 원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0씨는 그런 사람들에게 어느 스님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합니다. ‘인과다 업보다 그런 말 붙이지 마라. 모든 것은 고정됨이 없다.’
황수경(동국대 선학과 강사)
2007-02-13 오후 2: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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