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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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노년 표 글루미족’을 위해
“삼겹살 구워 혼자 먹어도 맛있네.”라는 신문 제목을 읽은 적이 있다.
우울과 고독을 즐기며 ‘혼자 있기’를 좋아하게 된 현대 도시인들. 이른바 글루미(gloomy)족(族)을 위해 ‘나 홀로’ 손님을 위한 서비스를 강화하는 식당이야기에서 이 제목이 나왔다.
삼겹살 굽는 철판을 바(bar)식으로 만들어 손님 건너편에서 종업원이 삼겹살을 구워 서비스 하는 식당으로 특히 ‘나 홀로’ 손님을 우대하는 모양이다.
그러니 이 울적한 장마철에도 그 울적함을 즐기는 글루미족이 ‘삼겹살 구워 혼자 먹어도’ 맛있을 수밖에. 아니 적어도 글루미족이라면 식당 서비스를 받지 않고 집에서 혼자 삼겹살 구워 먹어도 맛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날마다 복잡함을 더해가는 도시생활에서 어쩌면 고독이나 우울함은 일종의 도피처일수도 있다. 그러니 글루미족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글루미족 뿐인가. 은둔형 외톨이를 선호하는 코쿤 족은 누에고치 안에 칩거한다는 뜻일 것이고,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라 불리며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한국말로 쉽게 하자면 ‘나 홀로 방콕 형’이다. 모두가 현대적 특성들을 잘 보여주는 생활 유형들이다.
핵가족에서 좀더 분화한 독신세대가 늘고 있는 현대를 두고 ‘혼자 식사하는 시대’란 말도 한다. 집에서 혼자 식사하는 사람은 물론 혼자 식당을 찾아 식사하는 사람도 이제 전혀 낮선 풍경이 아니다.
독신세대의 증가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는 이들을 위한 소량의 식품을 포장해 판매하고 판매량 역시 늘고 있다.
현대 도시 젊은이들은 이렇듯 ‘혼자’ ‘외로움’ 등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흐르고 있는데….그것이 즐거움이든 괴로움이든 간에 선호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상황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외로움이나 울적함이 스스로 선호한 것이 아니고 그렇게 내몰린 경우라면 그것은 즐길만한 것이 못된다.
대부분의 노인세대는 고독이나 울적함을 선호한 적이 없다. 그들이 집에서 혼자 삼겹살을 구워 먹는다면 ‘혼자 먹어도 맛있다’가 아니라 어쩌면 눈물을 흘리며 먹고 있을지 모른다.
최근 은퇴자와 예비은퇴자들을 대상으로 한 의식조사에서 은퇴자들은 ‘은퇴해 보니 은퇴자금이나 여생의 모습이 생각했던 것 보다 어렵고 다르더라’는 응답을 하고 있다. 은퇴 후 생활비가 예상외로 많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한국사회도 곧 고령사회로 접어든다. 스스로 선호한 고독과 울적함이 아닌, 그렇게 내 몰린 고독과 울적함의 세대가 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스티브 폴랜이라는 사람이 쓴 <다 쓰고 죽자>는 한동안 미국 노년들을 사로잡았던 책. 여기서 폴랜은 ‘은퇴 후 영원한 휴가를 즐길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라’ 고 충고한다.
그 휴가 때문에 건강은 나빠지고 정신도 녹슨다는 것이다. ‘모아둔 재산이 있다면 자식에게 물려 줄 생각 말고 여생을 최대한 즐겨라’고도 했다. 유산이 없으면 자식들이 돈 가지고 다툴 일도, 가산 탕진할 일도 없다는 것이다.
폴랜의 충고는 적어도 여유 있는 은퇴자금을 필요로 한다. 한국 대부분의 외로운 노년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다.
대신 인도 고대로부터 전해 온 인생 사계(四計) 가운데 노년의 계획인 ‘수행을 위해 혼자 숲으로 간다’의 노계(老計)를 권하고 싶다. 이런 노계를 세우면 선호하지 않은 고독이라 해도 글루미는 결코 울적함만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즐거운 노년 표 글루미족’이 탄생될 수도 있지 않을까? 종교계, 특히 불교에서 주목해 볼 부분이기도 하다.
2007-07-09 오후 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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