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딸인 M양은 큰 어려움 없이 응석부리며 자랐다. 성적은 중간정도였다.
그런데 고교 2학년 어느 날 어머니가 “얘야, 이걸 어찌하면 좋으니. 너 나하고 절에 좀 가자”며 “이제 고등학생도 되고 해서 앞으로 진로가 어떨지 물어보러 갔는데” 사주 잘 본다는 사람 말이,“잘못 타고 났구먼. 힘들겠어. 대학은 포기해. 공부하고는 인연이 없어. 기생팔자야”하고 말했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믿기 어려워 유명하다는 세 군데를 더 갔으나 같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M양은 귀를 의심했다.
“뭐? 내가 대학을 못 간다고? 기생?” 가슴이 떨리고 눈앞이 캄캄했다. 성적은 중간 이상이었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평소 절에 다니며 스님이 운명 같은 건 없다고 하신 말씀이 떠올라 같이 가자는 것이었다.
사정을 들은 스님은 “부처님법을 모르면 사주팔자에 끌려 다니겠지만 부처님법 앞에는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하셨다.
“스님, 전 차라리 죽어버릴래요, 대학도 못가고 그렇게 살아서 뭐해요”하면서 울었다. “원래 사주 같은 건 고정된 게 아니다. 그걸 알고 마음을 바꾸어 살면 미래도 달라지는 거야.”
“그래, 운명이 있다고 하자. 어디에 있나?” “글쎄, 제 마음에 있겠지요.” “그럼 바꿔! 잘못 썼으면 바꾸어야 될 것 아냐.” “어떻게 바꿔요!” “내 운명이니까 내가 바꾸지 그럼 누가 바꾸나?”
스님은 두 가지를 하라고 했다. 가슴 속에 백지가 있다고 상상하라고 했다. 거기에 싫은 내용들이 적혀있다. 다시 써야 한다.
“난 공부한다. 꼭 대학에 간다!” “ 난 공부를 좋아한다. 공부하고 싶다.” 열심히 공부하면서 대학생이 되어 공부하는 모습을 마음에 다시 입력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모든 사람에게 위하는 마음을 내라는 것이었다.
성적이 중간정도였던 M양은 그 때부터 오기가 났다. 오직 마음의 화면을 생각하고 거기에 글씨도 쓰고 모습도 그렸다. “내가 살려면 바꿔야지”하고 이를 악물었다.
남을 위하는 마음을 내라고 해서 우선 부모님부터 시작하였다. 그 동안 별로 부모님 생각을 못하였었다. 처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학교에서도 사실 M양은 공주병 걸렸다는 말을 듣곤 했다. 선생님에 대한 불만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꾸려고 했다.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단점을 잡아 툴툴거리던 습관을 조금씩 고쳐갔다. 처음에는 얼마나 힘들던지 포기하고 싶었다.
스님께 가서 “스님, 안하던 마음을 내려니 너무 안 돼요. 딴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스님은 무릎을 치시며 “바로 그거야. 딴 사람이 돼야 운명을 바꾸지, 그럼 노력도 없이 어떻게 바꾸나? 내 팔자가 있다면 내가 마음을 바꾸면 딴 사람이 되면 될 것 아닌가. 사람이 바뀌니 팔자도 바뀌는 것 아닌가.”
M양은 “사실 내 인생 망치고 싶지 않아서 억지로 했어요. 그런데 점점 그런 마음을 가지다 보니 정말 그렇게 되는 거예요” 라고 한다.
고3생활은 마음 입력 바꾸기와 따뜻하고 위하는 마음으로 가득하였다고 한다. 성적도 꾸준히 올라갔다. 현재 가고 싶던 여대에 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사주팔자라고요? 그런 거 바꿀 수 있어요. 제가 그 증거예요!” M양은 목소리를 높이며 단호하게 말한다.
스님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마음의 원리를 몰랐다면 그 때 좌절하여 학교생활이 불안하고 지옥 같았을 것 같다고 한다.
“제가 사실 정말 딴 사람이 되었거든요. 팔자가 안 바뀔 수 없었을 걸요?”하며 미소 짓는 얼굴이 따스함으로 가득하다. 우주에 고정된 것은 없다.
“구정물이 나오면 새물로 바꾸어 써라” 는 말씀처럼 마음의 부정적 입력을 긍정적인 새 입력으로 바꾸어 삶의 주인이 된 것이다.
■황수경(동국대 선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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