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世界)란 말에는 시간적인 개념과 공간적인 개념이 함께 들어 있다. ‘세(世)’는 변화하고 유전(流轉)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시간적인 세계관이다. 과거·현재·미래, 즉 숙세(宿世)·현세(現世)·내세(來世)의 삼세(三世)를 뜻한다. ‘계(界)’는 공간적인 세계관으로 욕계(欲界)·색계(色界)·무색계(無色界)의 삼계를 뜻한다. 과거·현재·미래의 삼세란 각각 단절된 세계가 아니다. 업(業)에 따라 치밀한 인과로 연결되어 있다.
업(業)이란 본래 의지적인 ‘작용’을 의미하며, 이의 대응어인 보(報)는 필연적 ‘반응’을 지칭한다. 이 의지적 작용과 필연적 반응이 각각 십이처를 이루는 육근과 육경의 특질이다. 인간의 의지적 작용[六根]이 대상[六境]에 가해지면 대상은 반드시 필연적인 반응을 보여준다. 그래서 대상에 대한 인간의 의지의 작용이 인(因)이 되고, 필연적 반응이 결과[果]로 나타나는 ‘인과’ 관계를 맺는다. 십이처를 이루는 육근과 육경 사이에 작용·반응의 필연성이 존재함을 관찰하고, 작용·반응의 필연성은 업·보의 인과성으로 볼 수 있으므로, 업인과보(業因果報)라는 기본적인 법칙이 도출되는 것이다.
업인과보는 다시 착한 업인에는 착한 과보가 따르고, 나쁜 업인에는 괴로운 과보가 따르는 선인선과(善因善果)·악인악과(惡因惡果)설로 발전한다. 그렇다면 선·악의 판별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가? 업설에서는 그것이 전적으로 인간의 자유의지에 맡겨져 있다고 본다. 깨달음의 길로 이끄는 것은 선이고 깨달음과 멀어지게 하는 것이 악이다.
실존주의 상담에서는 세계란 우연히 존재하며 인간은 그러한 세계에 던져진 존재로 본다. 인간은 우연한 세계 속에서 본래의 자기한테 자신을 내어 던짐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결정할 수 있다. 자신이 선택의 주체요 책임의 주체로, 자신의 잠재력을 각성함으로써 인생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실존주의 상담에서는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로서 자신의 본성을 깨닫고 운명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 즉 자유·선택·책임을 강조한다.
현실요법 상담은 선택이론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인간이란 반결정론적인 존재로, 생존·사랑·힘·자유·재미의 욕구 등 다섯 가지 욕구를 가지고 태어났으며 이러한 기본 욕구를 채울 수 있는 바람(Want)을 이루려는 내면적인 동기로 인해 행동한다고 본다. 인간은 자신의 자유 의지에 따라 선택하고 결정하는 존재이며, 따라서 그에 따른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인간의 의지 작용[업인]과 그에 따른 반응[과보]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불교의 업설과 인간의 자유 의지와 선택, 책임론을 주장하는 현대 상담 이론은 일맥상통한다.
■불교상담개발원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