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은 1934년 강원도 철원에서 출생하여 195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였다. 그는 <용인 지나는 길에> <엉겅퀴꽃> <유사를 바라보며> 등 여러 시집을 내었다. 그리고 다수의 산문집과 번역서, 어린이 책을 펴내기도 하였다. 최근 시집 <방울새에게> 담긴 여러 시편들에서 불교의 소재가 발견된다. 분황사 전탑, 월악산 사자빈신사, 기사굴산, 부처님, 수보리, 아기 부처님, 만해, 아수라 등이 시행에 언급되고 있다.
그는 어려서 고향인 철원에 있는 도피안사를 미망이었던 어머니의 손을 잡고 찾았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미망이신 어머니의 손을 잡고 찾아간
도피안사의 백중날 밤 풍경을,
그 무렵 제 나이 열둘이었죠.
하늘에는 은가루 같은 별이 빛나고
절 뒤켠 어두컴컴한 솔밭에서는
접동새가 구슬피 울고 있었죠.
그로부터 예순 해가 지났습니다.
어머니는 저지난해 돌아가시고
저 역시 백발이 되었습니다.
부처님,
우리 어머니 닮으신 부처님
가시는 그의 길을 살펴주세요
가시는 그의 길을 비춰주세요.
- ‘백중맞이’ 전문
이 시의 전반부는 주인공인 화자가 어린 열두 살 때 어머니의 손을 잡고 도피안사에 보낸 백중날 밤을 진술하고 있다.
은하수가 있는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절 뒤 솔밭에서 접동새가 구슬피 울고 있었다고 회고한다. 그리고 3연에 와서 예순 해가 지나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화자 역시 백발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또 부처님에게 어머니가 가시는 길을 살펴주고 비춰달라고 발원한다.
과거 어머니와 함께 했던 유년의 공간과 현재 화자가 처해있는 노년의 공간, 그리고 현실의 공간과 죽음의 공간이 함께 어우러지며 잔잔한 감동을 준다.
표제작인 ‘방울새에게’에서 화자는 젊었을 때는 영롱한 방울새 소리를 가려서 들을 수 없었으나 노쇠하여 “안개 속에 가려진 분황사 전탑/아득하게 보일 때가 돌아오자” 후박나무 숲에서 들려오는 방울새 소리를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러한 경지에 든 화자는 꿈속에서 이따금 부처님 말씀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