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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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가는 만큼 오게하라
올 추석연휴는 길어서 잘 하면 거의 일주일을 놀 수도 있다. 그 추석 연휴 때문에 벌써 시끄러운 곳은 어디일까? 귀성열차 예매?
아니다. 요즘 추석연휴를 고향에 내려가 보내려고 작정하는 기특한 사람은 해마다 줄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걸맞게 사람들의 시선은 해외로 향해 열려있으니 해외여행 항공권 예매가 벌써부터 달아올라 있다. 지금 예매해 두지 않으면 긴 연휴를 후회로 보낼지 모른다.
해마다 세계인구 한 사람이 한 번의 해외여행을 한다는 통계숫자도 있고(물론 1년에 여러 번 여행 다니는 사람들 숫자 때문에 그렇다), 한국도 인구 3명 가운데 1명이 1년에 한 번 해외에 나간다는 숫자가 나와 있으니 해외여행은 이제 일상 속에 스며든 일상사가 된 것일까?
그러니 해외 여행지에 나가 보면 어디서나 한국인과 만나게 된다. 해외여행이 드물었던 옛날이라면 만나서 서로 반가운 인사라도 했을 것이지만 요즘은 그런 느낌도 들지 않는 모양이다.
더욱이 ‘해외여행이라고 다 같은 해외여행인가?’식의 여행 패턴과 계층도 구분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서로 외면했던 사람들이라면 해외에서 부딪쳐도 외면하게 되고 때때로 몰상식하다 싶은 한국인을 만나면 슬쩍 피해 버리기도 한다.
그동안 값도 비교적 싸고 여러 가지 편리한 점이 있어 사람들이 많이 선호해 왔던 여행사 패키지 투어도 이제 ‘주마간산’이 아닌 ‘천천히 오래’ 각자의 취향과 깊이에 맞는 주문 식 여행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해외여행도 선진화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발길이 덜 닿은 보다 궁벽진 곳, 모험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도 새로운 여행지로 인기를 얻는다. 보다 괴상하고 엽기적인 것을 찾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어느 방송사는 그런 프로그램을 위해 사하라 사막의 베두인족에게 느닷없이 낙타오줌으로 세수하는 장면을 찍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가 거부당하기도 했다 한다.
문화 선진국인 한국이 아직 원시적인 부족을 취재한다는 오만에 빠졌던 모양이다. 베두인족은 모래로 세수를 할망정 낙타 오줌으로 세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해외여행객이 해마다 늘고 이에 따른 수많은 일화들이 생기고, 패턴 역시 다양화 고급화되는 현상을 두고 사람들은 이를 사치스런 소비행태로 치부하려 한다. 지난해 여행수지 적자가 8백50만 달러에 달한다는 수치를 놓고도 ‘외화낭비’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어떤 패턴, 어떤 수준의 여행이든 개인적으로는 값진 투자다. 성숙이란 경험을 쌓아 가는 일이며 해외여행은 그런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한다. 이런 것들이 모이면 국가적으로도 자산이 된다.
해외로 사람들이 많이 나가면 그만큼 외국인을 불러들이면 될 일이다. 관광이야말로 가장 안정적이며 부가가치 높은 산업으로 지금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최우선 순위로 장려하는 산업이다. 외국 관광객이 한국을 찾지 않는다면 국가적으로 그만큼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석 해외여행 예매가 벌써 불붙고 있다고 비난할 일이 아니라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나라의 관광산업을 먼저 배워올 일이다.
마지막으로 해외여행 한번 못해 팔불출이라는 소리를 들을 염려가 있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귀띔 하면.
세계적인 철학자 칸트는 평생 그가 태어난 마을 이외에는 한번도 나가 본 적이 없지만 선사(禪師)들의 깨우침에 비교되는 선험철학으로 지금도 인류를 깨우쳐 주고 있다.
2007-07-03 오전 10: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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