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문경(婆羅門經)>에 나오는 게송(偈頌)이다. 게송이란 부처님의 공덕을 찬미하거나 교리를 운문체로 기록한 것으로, 시적 운율로 간결하게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는 운문체의 가요, 성가, 시구, 게문(偈文), 송문(頌文)을 뜻하고, 협의적으로는 초기불교에서 경전의 구성 요소로 삼는 십이부경(十二部經)의 하나로서 흔히 경문의 한 단, 또는 전체의 마지막에 두는 운문체의 시구를 말한다.
게송에는 일정한 가르침을 제시한 뒤에 설법 내용을 강조하거나 정리할 필요가 있을 때 운문체의 형식으로 그 내용을 압축하는 중송(重頌 또는 應頌), 경전의 1절 또는 총결 뒤에 아름다운 글귀로 묘한 뜻을 읊어 놓은 고기송(孤起頌 또는 諷頌)이 있다. 중송과 고기송의 차이는, 중송은 본문의 내용을 거듭해서 읊고 운율을 맞추지 않는 형태로 내용 전달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고기송은 아름다운 문구로 운율을 맞춤으로써 감정 전달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송은 내담자의 인지적 성숙에, 고기송은 정서적 성장에 도움을 준다.
위에 예시한 게송이 나온 배경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부처님이 길에서 걸인 바라문을 만나 구걸하며 지내게 된 사연을 물었다. 그러자 바라문은 아들을 장가보내고 재산을 물려준 뒤 쫓겨나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구걸하며 살아가는 자신의 처지를 부처님께 여쭈었다. 말씀을 듣고 난 부처님은 걸인 바라문에게 위의 게송을 지어주며 마을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서 아들을 향해 읊으라고 일러 주었다.
여기에서 부처님은 게송의 여러 가지 효과를 활용하였다. 첫째, 시적 운율로 되어 있는 게송이 일반적인 대화보다 외워 지니기가 쉽다는 점이다. 둘째, 게송으로 아버지의 불쌍한 처지를 읊음으로써 아들의 감성에 호소했다. 셋째, 아들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이 있는 데서 읊게 함으로써 아들이 온전히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다. 넷째, 만약 그래도 아들이 외면할 경우 대중들이 아들에게 심리적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장치로 활용했다. 다섯째, 대중 앞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받아들이게끔 함으로써 앞으로도 함부로 아버지를 내칠 수 없게 하였다. 즉 대중으로 하여금 아들이 아버지를 받아들이는 데 대한 증인 역할을 하게끔 하였다. 이러한 게송 활용은 그 효과가 매우 커, 아들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부끄러워하며 아버지를 다시 집으로 모셨다.
게송을 현대 상담의 관점에서 비교해 본다면, 문학과 음악을 상담에 적용한 ‘예술상담’이라 할 수 있다. 예술상담의 장점은 무엇보다 내담자의 정서적 변화를 유도해 통찰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 무의식 깊이 저장되어 훈습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부처님은 문학의 인지적인 측면과 음악의 정서적인 특성을 게송을 통해 통합하였다.
■불교상담개발원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