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 바탕의 잔치는 끝났다. 불기 2551년 부처님오신날을 전후로 전국에서 펼쳐진 봉축 행사와 법요식이 막을 내리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불자들은 이 한바탕의 잔치가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잘 알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부처임을 깨닫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 있는 이 모습 이대로 자신이 바로 부처임을 자각하고 부처의 삶을 살아갈 것을 발원하는 순간이 바로 부처님이 오신 순간임을 불자들은 잘 알고 있다. 봉축기간에 펼쳐지는 다양한 축제와 법회는 그러한 발원을 보다 견고하게 다지고 이웃과 함께 나누며 일상화 하자는 의미를 갖는다.
올 봉축행사는 전반적으로 아름다웠고 흥겨웠다. 축제는 축제 그 이상의 감흥으로 불자들의 가슴에 아로새겨져 신행을 촉진하는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고 각종 의식들도 장엄하고 엄숙하여 불자로서의 바른 삶을 발원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올 봉축 행사는 다양성이 돋보였다. 어린이 청소년 장년층을 위한 각종 행사들이 펼쳐졌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나눔’의 실천도 어느 해보다 두드러졌다. 장애인을 위해 수계법회를 베푼 것도 매우 뜻 깊은 봉축행사였다. 지역에서도 봉축 장엄등을 화려하게 밝혔고 이웃을 위한 봉사와 나눔의 행사를 다양하게 펼쳤다. 전국이 부처님 오신 뜻을 기리고 ‘부처로 살기’를 발원하는 열기로 넘쳤다.
특히 서울에서 펼쳐진 연등축제의 경우 외국인의 참여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제 한국의 연등축제는 외국에서 훌륭한 관광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연등축제를 비롯한 각종 봉축행사는 해를 더해 갈수록 장엄하고 내실을 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봉축행사를 연례행사로 인식하는 것은 위험하다. 봉축행사는 때가 되면 한 번씩 치르는 행사가 아니다. ‘날마다 부처님오신날’이라는 말이 있듯이 매일이 봉축행사여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날마다 봉축행사처럼 장엄하고 아름답고 깨침으로 가는 노력의 시간이어야 한다. 때문에 봉축행사는 한 차례의 잔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변화 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동력을 증폭해 나누는 촉진제라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 잡아야 하겠다.
이 점은 봉축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주체들이 먼저 명심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이라거나 ‘일회성’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불자의 신심을 고취시키고 비불자를 불자로 만드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모든 행사는 참가자와 관람자의 입장에서 균형 있게 설계되어야 한다. 참가 대상이 불자라고 하여 비불자들을 소외시킨다면 포교효과를 포기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봉축 행사는 관람자들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행사를 관람하는 비불자들이 환희심을 일으켜 불교로 귀의하게 하는 효과를 발휘할 때 행사의 의미가 더 확장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전문적인 연구도 필요하고 재정적인 지원도 필요할 것이다. 종단과 단체 지역의 사암연합회 등에서 과감한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 봉축기간의 여러 행사들이야말로 온 불교계에 화합의 계기이고 포교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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