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이라고 하면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일방적으로 문제 해결법이나 조언, 충고, 교훈을 주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현대 상담에서는 내담자가 하는 말과 행동에 선택적으로 주목하는 ‘경청’을 우선으로 여긴다. 이와 함께 상담자는 내담자의 말을 잘 듣고 있다는 것을 시선이나 몸짓, 적절한 언어적 반응 등으로 내담자에게 전달해 주어야 한다.
여기에서는 상담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언어적 반응법을 불교와 비교해본다.
첫 번째는 반영이다. 내담자의 말과 행동에서 표현된 기본적인 감정, 생각, 태도를 상담자가 다른 참신한 말로 부언해 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명료화다. 내담자의 말에 내포되어 있는 뜻을 내담자에게 명확하게 말해 주거나 분명하게 말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직면이다. 내담자가 모르고 있거나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생각과 감정에 대해서 주목하도록 상담자가 그에 대해 언급하거나 지적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해석이다. 내담자의 말과 행동 간의 관계 및 의미에 대해 가설을 제시하는 것으로, 내담자로 하여금 과거의 생각과는 다른 각도에서 자기의 행동과 내면세계를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네 가지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체이다. 즉, 반영→명료화→직면→해석의 순으로 내담자의 내면세계에 접근하는 깊이가 깊어진다.
부처님의 대화법은 부처님이 여러 가지 질문에 응답하던 네 가지 형식의 답인 사기답(四記答)으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일향기(一向記)다. 질문이 응답자의 생각과 합치하는 경우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을 말한다. 질문이 적절할 경우에 그대로 긍정하거나, 절대 불변의 진리에 관한 질문일 경우 단정적으로 응답해 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분별기(分別記)다. 질문자의 물음에 대하여 그것을 분해하고 시비를 분별하여 답변하는 것을 말한다. 질문이 진리에 맞는지 맞지 않는지를 먼저 분별하여 그에 알맞게 응답하거나, 조건에 따라 알맞게 구분하여 대답한다. 세 번째는 반문기(反問記)다. 묻는 이가 말한 것에 대해 바로 대답하지 않고 되물어 그 뜻을 분명하게 하거나 깨닫게 하는 대답 방법이다. 부처님은 질문자가 토론을 즐기려 할 때나 설득이 필요할 때 이 방법을 썼다. 네 번째는 무기(無記) 즉 침묵이다. 대답할 가치가 없는 질문이나 대답할 일이 아닌 물음에 대해 대답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질문이 이치에 합당하지 않고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경우 대답하지 않고 침묵해 버리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대 상담에서는 내담자 자체에, 불교에서는 질문자가 궁금해 하는 바에 대화의 주안점을 둔다는 차이가 있다. 현대 상담은 내담자의 ‘심리’에, 불교는 궁극적인 ‘진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상담개발원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