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나간 세상에 어떤 왕이 거문고 소리를 듣고 몹시 즐거워 대신들에게 명령했다.
‘매우 사랑스럽고 즐길 만한 소리로구나. 저 소리를 가져오너라.’
명령을 받은 대신들은 곧 거문고를 가지고 와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이것이 바로 그 좋은 소리를 내는 거문고입니다.’
‘내게 거문고는 필요 없다. 아까 듣던 그 사랑스러운 소리나 가지고 오너라.’
‘거문고에는 여러 가지 기구가 있습니다. 자루도 있고, 바탕도, 여(麗)도, 줄도, 가죽도 있어서 기술이 있는 사람이 이것을 탈 때에 여러 가지 기구의 인연으로 비로소 소리가 되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기구 없이는 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아까 들은 소리는 이미 지나간 지 오래요, 사라져서 가지고 올 수 없습니다.’
그러자 대왕이 탄식했다.
‘그런 거짓 물건을 어디에 쓸 것인가? 거문고란 거짓 물건이다. 그런데 사람을 빠지게 하고 집착하게 하는구나! 너희들은 이것을 가지고 가서 부수어 버려라.’”
오온(五蘊)이란 인연 따라 생긴 것이며 덧없는 것임을 예화를 들어 설명한 것이다.
예화(例話)란 예로 드는 이야기라는 뜻으로서, 내담자의 이해와 통찰을 촉진하기 위해 이야기를 동원하는 것을 말한다. 앞 회에서 살핀 비유는 상황 등에 견주어 상징적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나, 예화는 그보다 좀 더 복잡한 스토리가 있는 것을 뜻한다. 불경에서는 긴 스토리가 있는 예화까지 ‘비유’에 포함시키나, ‘줄거리가 갖추어진 이야기’란 특성이 있다는 것에서 비유와 다른 점이 있다. 부처님이 전생과 현생에서 만났거나 내생에서 만날 사람들과 얽힌 인연담도 비유에 포함되어 있지만, 세분하면 예화로 나눌 수 있다. 부처님은 교화 과정에서 예화 속의 이야기를 비유로 사용함으로써 내담자가 설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현대 심리상담에서도 새로운 이론과 기법을 구축하면서 이해를 돕기 위해 예화를 동원한다. 가장 유명한 것이 프로이트가 어릴 적 부모와의 성적인 갈등을 이해시키기 위해 인용한 ‘오이디푸스’ ‘엘렉트라’ 신화다. 이제는 신화 자체보다 프로이트의 이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론 설명에서뿐만이 아니라 실제 상담 장면에서도 내담자가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기 위해 예화를 들어 설명하기도 하고, 상담자 역시 내담자의 통찰을 이끌기 위해 예화를 활용하기도 한다.
예화를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치료 분야도 있다. 내담자의 증상에 맞는 각종 동화나 문학 등을 읽게 함으로써 정신 건강을 증진시키는 ‘독서치료’가 그것이다. 이는 문학이 치료적인 특성을 가졌다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불교상담개발원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