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1일 전국의 선원과 시민선방 등에서 일제히 하안거 결제가 시작됐다. 불자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안거는 불교의 중요한 전통이다. 불교는 수행이라는 직접적인 구도행을 통해 ‘일체 중생에게 불성이 갖춰져 있음’을 증오하는 종교다. 안거는 집중적인 수행 방법이다. 부처님 당시의 기후와 풍토에 따라 형성된 제도라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안거는 여름과 겨울 석 달씩 집단적인 집중수행을 하는 전통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안거가 특정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안거가 특정한 장소에서 특정한 사람들끼리 운영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대사회의 생활 구조상 불자 모두가 동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생활의 현장에서 바쁘게 사는 사람은 영원히 안거에 들 기회가 없는 것일까?
안거의 목적은 ‘한 소식’이다. 부처님께서 새벽별과 눈 맞추며 우주의 진리를 깨치신 것처럼 깨침의 소식을 듣기 위해 펄펄 끓는 기름에 발을 담그는 심정으로 정진하여 자성을 내증하는 한 소식을 챙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안거는 격식과 형식보다 투철한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 일상에서 한 순간도 ‘화두’를 놓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만 있다면 생활 현장에서도 안거의 정신은 이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생활이 따로 있고 수행이 따로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일거수일투족, 행주좌와 어묵동정 그 모든 순간이 수행의 찰나다. 선원과 선방에서 뜨거운 열기로 정진하는 수행자들만큼이나 일상에서도 성성적적한 화두일념으로 정진하는 불자들이 늘어난다면 날마다 안거가 이 세상은 머지않아 불국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