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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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문에 대한 투자 꾸준히
장개석 군이 모택동 군에 밀려서 대만으로 후퇴를 하였을 때, 많은 군인들이 처음으로 수도라는 것을 보았다 한다. 꼭지만 틀면 물이 나오는 신기함에 눈이 휘둥그래진 군인들…. 그런데 철물점에 그 수도꼭지가 있더란다.
얼른 그걸 사다가 벽에다 밖고서 틀었더니 물이 안나오는게 아닌가? 그래서 속았다고 그걸 판 철물점에 총격을 가했더란다. 이어령 선생이 작년의 인문대학장단 협의회 발제사에서 해 주신 이야기이다.
우스운 일화지만 일반인들이 보는 관점은 거의 그렇지 않은가 싶다. 요즈음 학술진흥재단 인문학단장으로 2년간의 파견 업무를 시작하면서 교수로서는 겪지 못하던 많은 일들과 부딪히고 있다. 특히 기초학문을 지원하는 일을 주업무로 하는 학술진흥재단, 그 가운데서도 또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인문학의 지원을 맡게 되면서 새삼 위에 든 일화를 자주 상기하게 된다.
기초학문, 그 가운데서도 인문학은 수원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수원지로부터 복잡한 처리과정과 배관시설을 거쳐야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수원지와 거기서부터 수도꼭지까지 물을 운반하는 과정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은 소홀하기 마련이다. 자연 우리는 직접 우리에게 편의를 주는 기술과 응용학문에는 환호를 하면서 수원지에 해당하는 인문학 등에는 소홀하기 쉬운 것이다.
그러나 만일 수원지가 고갈되거나 오염된다고 생각해 보라. 수도꼭지가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무슨 소용이 있을까? 요즈음 “인문학의 위기이다”, “인문학을 새롭게 진흥해야 한다”하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 것은 그 동안 우리들이 소홀히 했던 수원지를 다시 돌보고 관리해야 한다는 말이라고 해도 좋은 것이다.
그 수원지를 담당하고 있던 인문학자들 스스로의 반성도 중요하지만, 그들에게만 맡기고 무관심했던 일반 대중들의 관심도 새롭게 일어나야 한다는 반성인 것이다.
문제는 인문학 등의 기초학문에 대한 투자가 금방 성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몇 년을 계속 쏟아 부어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학문 성격이 우리의 문제에 바로 효용성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인문학의 대표 격인 철학을 이야기할 때, “철학은 빵 굽는 법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말이 꼭 들어갈까?
조급한 사람들은 그래서 인문학의 투자에 대해 금방 회의를 가지게 되고, “여기에 투자하느니 딴 데다 하지”하는 투정을 부리게 된다.
이런 조급함에 대하여 다시 ‘콩나물 키우기’의 비유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콩나물을 기를 때는 계속 적당하게 물을 주어야 한다. 물론 위에다 부은 물은 거의 다 밑으로 흘러 버린다. 그렇지만 그러는 사이에 콩나물은 크는 것이다.
만약 거의 밑으로 샌다고 물을 아예 안주거나, 밑을 막고 물을 퍼부어보라. 콩나물은 말라 죽거나 썩어 죽는다. 그렇듯 인문학 등의 기초학을 진흥시키기 위해서는 조급한 마음 가지지 말고 꾸준히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쁘게 바쁘게, 빨리 빨리라는 말로 형용될 수 있는 현대 사회! 위에 든 일화들이 어찌 꼭 인문학을 비롯한 기초학문 육성에만 해당하는 비유이겠는가? 눈앞의 성과에 급급하여 장기간에 걸쳐 조심스럽게 키워야 할, 미래를 풍요롭게 할 새싹들을 “이걸 언제 키운단 말이야!”하면서 아예 밟아버리는 일은 없는지? 화려한 수사를 곁들인 선정적 구호에 휘말려, 정당한 절차와 수단을 무시하고 무슨 짓을 해도 좋으니 그 결과만을 얻으려는 방식이 만연해있는 것은 아닌지?
그러나 실제로 중요한 것은 절차와 방식을 중시하는 마음이요, 그것을 몸에 배도록 익힌 사회 구성원 하나 하나가 아닐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당장의 효용성도 중요하지만 그 효용성을 밑받침하는 중요한 가치들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키워내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2007-06-12 오전 1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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