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생활과 가장 밀접한 문화로 전 세계 수십억 사람들이 기호에 따라 즐기고, 마시는 방법도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일본은 일상적인 차와 다도(茶道)가 공존하는 곳이다. 길거리나 휴게소 어디에서든 자판기에서 골라서 차를 마실 수 있다. 음식점에서는 주로 생수보다는 차가 나온다. 호텔에서도 차는 서비스로 객실마다 비치되어 있다.
이렇게 일상화된 차 문화 속에서 그들 전통 다도(茶道)는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가? 다도는 학원과 학교에서 교육을 통하여 그들의 정신문화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각 기념관과 박물관에서는 다실을 마련하여 외국인과 내국인이 다도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 최대의 차생산지인 시즈오카의 마키노하라 대 다원(牧之原大茶園)으로 둘러싸인 차의 고향(お茶の鄕)은 다도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정원 안의 다실은 센노리큐(千利休), 후루타 오리베(古田織部)를 잇는 챠노유(茶の湯의 정통을 계승하고 확립시킨 다이묘 다인(大名茶人) 코보리 엔슈(小堀遠州, 1579~1647)가 세운 건물과 정원을 복원한 것이다.
박물관 안에는 국내외에서 수집한 차나 찻그릇 등을 전시하고 있으며 일본 차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차가 소개되고 있다. 현지의 맛있는 시마다차(島田茶), 카나야차(金谷茶)는 물론 옥로(玉露), 현미차(玄米茶), 호지차(ほうじ茶), 번차(番茶) 등 일본차가 모여 있으며 유명한 과자나 특산품, 그리고 외국의 차, 찻그릇 등도 소개되고 있다.
교토부 우지(宇治) 칸바야시 기념관(上林記念館)은 에도시대의 어용차사(御用茶師) 칸바야시가(上林家)의 주거지를 이용해서 개관한 차 기념관이다. 당시에 우지하시(宇治橋) 거리에 우지차사(宇治茶師)의 집이 10채 있었는데 여러 번 차 단지를 보내던 곳이다. 기념관 안에는 센노리큐(千利休), 코보리 엔슈(小堀遠州)에 관한 고문서와 차 도구를 비롯하여 오래된 다호, 차를 만들 때 필요한 도구 등을 전시해놓고 있다. 우지차사(宇治茶師) 칸바야시(上林) 가문의 권세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도쿠가와 삼대 장군 이에미츠(家光)의 시대에 막부에서 즐기던 차가 우지로부터 제일 먼저 만들어진 신선한 차가 진상되었다. 이때 어차(御茶) 운반 행렬인 오차쓰보도츄(御茶壺道中)가 있었다. 간에이(觀永) 10년(1633)에 제도화되어 케이오(慶應) 2년(1866)까지 매년 거르지 않고 어차 진상은 계속되었다.
수백 수십 개에 달하는 차 단지에 최고급의 전차( 茶)를 채워 토카이도(東海道), 나카센도우(中山道), 코슈 카이도(甲州街道)를 왕래한 오차쓰보도츄는 대단한 권위가 있는 것이었다. 어떤 행렬도 오차쓰보도츄에 길을 양보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 행렬과 마주치지 않기 위하여 먼 길로 돌아가기도 하였다.
차 단지(茶壺)에 얽힌 유행한 동요도 있다. ‘단지에 쫓겨 문을 팍, 빠지면 다시 열어라’라는 노래 가사는 서민은 이 행렬을 보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차 단지가 오면 집의 문을 닫고 지나가면 다시 열고 한숨 돌렸다’고 하는 의미이다.
이밖에도 지역의 특징을 살린 많은 박물관이 있어 그 당시의 사회와 차 문화를 잘 알 수 있게 했다. 또한 이러한 다양한 차 기념관과 박물관의 전통적인 다실은 다도를 지금까지 일상적인 생활 문화 속에 자리 잡게 했다.
■이창숙(동아시아 차문화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