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씨는 최근 이사 온 옆집 애기엄마와 몇 번 만나 이야기하는 동안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는 무엇에 대해서든 항상 부정적인 면을 지적해내는 것이었다. 우선 아파트에 대해서 불만을 늘어놓았다.
“다른 아파트보다 평수에 비해서 좁네요. 내부도 뭔가 모자란 것 같고.” H씨는 똑같은 평수이지만 특별히 좁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아마 처음이어서 힘들겠지 하며 “그래도 여기는 주변 경치도 좋고 무엇보다 교통이 편리하잖아요”하고 말해 주었다. 그러자 애기엄마는 “네에? 아니 이게 경치 좋은 거예요? 너무 하시네요. 요즘 전원주택들도 얼마나 많은데요. 그리고 교통 좋은 곳도 흔하고 흔하잖아요. 그걸 좋다고 하시면 안 되죠.” 무안해져서 할 말이 없었다.
남편 직장에 대해서는 “남들은 대기업이면 좋은 줄 알지만 천만에요. 일만 죽도록 시키고 월급은 그에 비하면 택도 없어요. 아유, 직장을 옮기든지 해야지, 아니면 돈 좀 더 모이면 그만두고 우리 사업이라도 해보라고 할까 해요”했다.
위로해주려고 “그러세요. 하긴 아직 젊으시니 얼마든지 직장을 바꾸실 수 있겠네요. 자기 사업해서 성공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러자 애기엄마는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요즘 같이 경기가 어려운데 어디 새로 받아 주는 데가 있겠어요? 그리고 다른 데 가 봤자 뻔하잖아요. 월급도 거기서 거길 거고. 사업은 아무나 하나요. 속고 당하기 일쑤지요. 괜히 나섰다가 재산 다 없앤 사람이 한둘인 줄 아세요.”
H씨는 속으로 ‘아니, 여보시오, 당신이 그렇게 해보려고 한다면서’하고 어이가 없었다. 애기엄마를 만나면 아무리 잠시 얘기하더라도 부정적인 말이 빠지는 경우가 없었다. 누구에 대해서 얘기하더라도 단점을 지적하였고 불만이었다.
H씨는 어느 날 애기엄마에 대해서 조용히 생각해 보았다. 부처님께서 왜 이런 사람을 만나게 해 주셨을까, 무슨 인연일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매사에 부정적이니 이제는 그를 멀리서 보거나 마주치게 되면 벌써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마음에서부터 어두운 기운이 느껴졌다. 피하고 싶어졌다. ‘아마 애기엄마에게는 가까운 사람이 없을 거야.’
문득 애기엄마가 나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이야기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자기 가족에게나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때는 나에 대해서도 나쁘게 말할 것이 틀림없었다.
지금까지 예외인 사람이 없었는데 나라고 다르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니 어느 누가 좋아하겠는가. 갑자기 애기엄마가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그만하면 모든 면에서 크게 어렵지 않게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사람의 마음은 만족이나 감사, 행복을 모르고 있다. 누구보다 불행한 것이다. 더구나 남들에 대해서 좋지 않은 구업(口業)을 짓고 있는 셈이니 더욱 큰 일이 아닌가.
H씨는 그러면서 자신의 말과 행동을 많이 반성해 보게 되었다고 한다. 곰곰이 살펴보니 불평이나 비난,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말을 들을 때 사랑하는 가족이나 다른 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불쾌하고 아팠을까 하고 공감이 되었다.
참회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얼마든지 긍정적이고 밝은 면이 많은데 굳이 어두운 마음으로 지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보니 애기엄마가 역행(逆行)보살로 나타나서 저의 스승이 된 것 같아요. 제가 많이 달라졌거든요. 긍정적인 마음의 중요성을 정말 절실히 알게 되었어요”하며 환하게 웃는다.
“웃어야 웃을 일이 생긴다”는 말씀이 있다. 부정적인 마음을 가지게 되면 그에 따라 말과 태도, 행동도 부정적이 된다. 마음에 따라 언행이 달라지고 결국 인생도 달라지는 것이다.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밝고 긍정적인 마음, 자비심의 힘으로 무장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