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해인(海印)>지가 2월호로 지령 300호를 맞았다. 1982년 해인사 강원의 포교부가 학생법회 회보용으로 만든 것이 그 시작이다. 처음부터 포교에 원력을 둔 ‘포교지’였다. 포교지란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월간 <해인>이 그간 담당해 온 역할이 참으로 컸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도시화에 가속이 붙은 70년대 말부터 부각된 포교의 중요한 코드가 ‘문서포교’였다. 많지 않은 잡지와 신문 등이 급변하는 사회기류를 따라잡으며 포교를 감당하기가 다소 벅찬 때에 <해인>지가 탄생했던 것이다. 매체가 다양하지 않던 시절에 <해인>지를 통해 큰스님들의 법문이 가정으로 배달되고 젊은 스님들의 기개 넘치는 글들이 청년 불자들의 가슴에 메아리로 남으면서 포교의 저변이 다져졌음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불교계에서나 사회에서는 <해인>지의 지령 300호를 축하하며 그간 제작에 관여했던 스님들이 교계의 중진으로 자리 잡았음을 부각시키고 있다. 하나의 포교지가 꾸준히 발행됨으로 얻어지는 ‘이익’이 이렇게 컸다는데 새삼 놀라는 이들도 많다.
<해인>지는 오늘의 불교계에 몇 가지 교훈을 남기고 있다. 첫째는 문서포교를 위해서는 꾸준한 투자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질적 투자와 인적투자가 없이 문서포교는 불가능하다. 특히 인적투자가 중요하다. 정기간행물로서의 포교지가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편집과 기획 그리고 좋은 필자와 매체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해인>지가 ‘스님 문장가’를 다수 배출한 이력은 단연 돋보인다.
또 <해인>지가 포교지답게 군법당이나 교도소 병원 등 소외지역으로 상당수 배포되고 있다는 점도 매우 고무적이다. 불교계의 매체들이 열악한 수익구조를 극복하는 상황에서 소외지역에 부처님 법을 전하는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가독성을 최대한 살린 편집도 <해인>지가 여타의 사보들에 비해 돋보이는 대목이다.
지금도 다양한 매체들이 ‘포교의 사명’을 구현하기 위해 척박한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웬만한 사찰이면 정기적으로 사보를 내고 있고 신행단체들도 회보 발간에 비중을 두고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을 통한 포교 활동도 그 영역을 폭발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오히려 매체의 홍수 속에서 독자들에게 혹은 네티즌에게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불교계의 매체포교는 이제 상당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그 변화의 핵심은 ‘독자 중심’이다. 어떤 독자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포교라는 절대적인 과업을 수행하는 방편으로서의 매체는 불자를 더 깊이 끌어들이고 비불자를 법당으로 이끄는 힘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해인>지의 ‘지령 300호’라는 성과가 오늘날 불교계 문서포교 매체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비전을 허심탄회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