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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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허 선사(1)
예로부터 선사들의 한 마디 언행은 ‘곧바로 마음을 가리켜 성품을 보아 부처가 되게 하는(直指人心 見性成佛)’ 살아있는 법문이었다. 선문답은 옛 선사들이 수행자를 깨닫게 하는 언행(말, 고함치기, 몽둥이질 등)일 뿐만 아니라 그 언행 자체에 깊은 진리와 지혜가 응결되어 있어 말끝에 단박 깨달으면 언하(言下)에 대오(大悟)할 것이요, 깨닫지 못한다면 화두(話頭)가 되는 것이다. ‘한국 근현대 고승들의 선문답’연재를 통해 필자는 선문답이 수행과 동떨어진 동문서답(東問西答)이 아니라, 좌선은 물론 생활 중에도 마음공부가 한결같이 이어지는 일상선(日常禪)을 강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먼저, 근현대 한국 선(禪)의 중흥조인 경허(惺牛鏡虛: 1849∼1912) 선사의 문답을 살펴 보면서 ‘삶이 그대로 수행’인 도리를 하나하나 풀어보자.

젊은 스님이 물었다.
“스님,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무엇을 해야 합니까.”
경허 스님이 답했다.
“그대 마음 속에 일어나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하게. 착함이건 악함이건 하고 싶은 일이면 무엇이든지 다 하게. 그러나 털끝만큼이라도 머뭇거린다든가 후회 같은 것이 있어서는 안 되네. 망설임과 후회만 따르지 않는다면 무슨 짓이든지 다 하게. 바로 이것이 산다는 것일세.”(경허집)

이 문답은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선수행의 핵심을 드러내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막행막식(莫行莫食) 해도 된다는 말로 보일 수도 있지만, ‘털끝만큼이라도 머뭇거린다든가 후회없는’ 삶을 살아야 하기에 막행막식은 있을 수 없다. 고인들이 말했듯이, 선(善)도 행하지 않는데, 어떻게 악(惡)을 행하겠는가. 매 순간 미래에 대한 망설임도, 과거에 대한 후회도 없이 ‘지금 여기’에 깨어있는 삶을 살아야 하니 선과 악을 초월해서 보살행을 베풀며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금강경>의 “과거의 마음도, 미래의 마음도,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過去心不可得 現在心不可得 未來心不可得)”,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應無所住 而生其心)”는 가르침과 다를 바 없다.
일찍이 임제 선사는 “바로 지금이지 다시 다른 시절이 없다(卽時現今 更無時節)”고 일갈한 바 있다. 도란 어디에나 걸림이 없는 깨끗한 빛이기에, 진정한 도를 지어가는 사람이라면 ‘순간순간 마음에 틈새가 없어야 한다(念念心不間斷)’고도 했다. 영가 선사는 “지금 여기, 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항상 담연하다(不離當處常湛然)”고 진심(眞心)을 표현했다. 진심은 행주좌와 어묵동정 가운데 보고 듣고 인식하는 작용에서 늘 지금 눈앞의 일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2004년 입적한 숭산 스님이 평소 “언제나 ‘지금 이 순간’ 밖에 없다.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마라. 모든 것을 내려놓아라. 생활 속에서 깨달음을 구하라”고 당부한 것도 경허 스님의 뜻을 오롯이 계승한 가르침이라 할 수 있다.
김성우 객원기자
2007-02-06 오전 10: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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