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의 중앙종회는 종단을 구성하는 사부대중의 대의기관이다. 그러나 현재 중앙종회의 구성 정족수는 비구 비구니 스님 81명이다. 남녀 재가신도는 배제된 상황에서 종단의 법률 제개정과 각종 현안을 처리한다.
그런 가운데 중앙종회는 청정성과 윤리성에 많은 질타를 받고 있다. 4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중앙종회의원 선거 때마다 ‘금권선거’니 ‘타락선거’니 하는 꼬리표가 붙는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청정성을 요구받는 승가사회에서 그런 꼬리표를 달고 ‘고생’ 하는 것이다. 종단 내에서도 청정 선거를 위한 각종 제안과 법률적 장치 마련의 시도가 반복되지만 이렇다 할 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중앙종회를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점수는 몇 점이나 될까?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공사 창립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준비위가 215명의 승재가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는 종단 구성원 누가 봐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준비위의 설문 항목들을 들여다보면 중앙종회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일반적인 사항들이다. 그 일반적인 사항들은 중앙종회와 의원이 지켜야할 최소한의 청정성과 윤리성을 바탕에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기본사항’들에 대한 제3자의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거나 개선의 여지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선거의 혼탁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5%가 인정했다. 중앙종회의 청정성과 윤리성에 대해서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5.3%에 불과했다.
조계종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축은 여러 가지이겠지만 그 중심축은 중앙종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행부인 총무원의 행정을 돕고 견제하는가 하면 각종 종단 권익과 발전의 비전을 창출해 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대의기관이 종도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종단의 건강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는 말이다.
조계종 중앙종회의 성적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승가정신을 상실한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승가정신이란 바로 요즘 유행하는 ‘화합과 상생’에 기초한다. 그러나 현실은 계파가 스스럼없이 인정되고 문중의 이해관계가 ‘거래’의 수단이 되고 있다. 여기서부터 성적은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는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이 원칙을 벗어나는데서 부작용을 낳는다. 중앙종회 역시 ‘선거법’이나 ‘중앙종회 회의법’ 각종 위원회 관련 법 등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계파의 입장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왜곡되게 실행되면서 대립과 갈등의 국면을 연출해 내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준비위의 ‘중앙종회 성적표’가 중앙종회의원과 각 종무기관의 소임자 나아가 종단 구성원 모두가 청정한 대의기구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