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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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늙음과 자연/서울대 전기공학부
최근 경제가 좋아지면서, 웰빙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신문이나 TV에서도 많은 부분을 건강에 할당하고 있다. 웰빙에 대한 관심이 경제와 연결되면서 더욱 탄력을 얻고 있다. 최근에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발표한 2020년 미래 유망 기술 16가지 중, 9가지가 생명과학과 관련된 것이다.
이제 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삶의 목적이 된 듯하다. 젊은 피부를 가지고 싶어 하고, 남보다 더 오래 근육을 가지고 싶어 한다. UN 보고서는 현재의 생명과학의 발전이 이어진다면, 수명이 150세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이러한 과학의 발전에 따른 인간의 행복, 인간을 둘러싼 자연환경에 대한 전방위적인 담론이나 고민은 작다. 단지 오래 건강하게 사는 것에 매달리는 인간의 목적 지향적인 행위만 있는 듯이 보인다.
늙음에 대해서 두려워하고, 피하고 싶은 것은 동서양,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은 정서이다. 부처님도 생, 로, 병, 사를 인간의 ‘고’로 보고 있다. 이러한 사이클이 없다면 ‘고’가 사라진다는 뜻이라기보다, 생로병사 사이클을 피할 수 없는 우주의 존재에 내재해 있는 성질을 말씀하셨을 것이다. 한편으로 70세에 ‘종심소욕이라도 불유구(마음이 가는 데로 행동하여도 선을 넘지 않는 경지)’라고 즐거워 했던 공자의 인생관이 놀라운 지혜로 느껴진다. 늙음에서 지혜를 발견하는 태도는 동양의 오래된 전통이다.
늙은 사람과 젊은 사람의 피부 단면을 현미경으로 찍어보면, 규칙적인 세포배열을 가진 젊은 피부에 비해서 늙은 피부는 난잡하리만큼 불규칙한 배열을 가지고 있다. 화장품 개발자는 이러한 불규칙화 하는 배열을 바꾸기 위한 화학물질을 찾고 있고, 생명과학자는 이러한 배열에 관계하는 DNA 부분이나 물질을 찾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러나 다르게 보면, 무질서해지는 것이야 말로 자연의 법칙이다.
향을 피우면 향 분자가 공기에 퍼져나가는 것과 같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물질은 항상 불규칙하게 되려고 한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과학자들은 불규칙한 정도를 엔트로피라는 상수로 표현한다. 우주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현상도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려는 방향(불규칙적으로 되려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이것이 열역학 법칙이며 한건의 예외를 발견한 적이 없기 때문에 법칙이라고 부른다. 컵을 만드는 공장은 엔트로피를 감소시키지 않느냐고 말할지 모르지만(유리분자를 규칙적으로 배열함으로써 컵을 만들었으므로) 컵을 만들기 위해서 태운 연료의 분자까지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무질서는 증가한 것이 되는 것이다.
생·로·병·사는 과학적으로 끊임없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우주 법칙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이것이 자연의 순리다 라고 말하는 것과 동일하다. 이러한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면서 내재한 ‘참나’를 찾는 것이 피부를 더 젊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고’를 뛰어넘은 지혜인지 모른다.
2007-01-20 오전 11: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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