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국립공원입장료(이하 입장료)가 전면 폐지되면서 사찰의 문화재관람료(이하 관람료) 징수가 여론의 도마에 오른데 이어 조계종이 분명한 입장을 내놓았다.
조계종은 1월 12일 교구본사주지회의를 열고 국립공원 지역에 편입되어 있는 사찰의 토지를 국립공원 지역에서 제척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또 1억1000만평에 이르는 사찰의 경내지 사실상 국립공원에 무상제공돼 왔으므로 그에 대한 평가와 보상도 요구했다.
조계종의 이 두 가지 요구는 매우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난처한 요구지만 불교계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재산권 행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관람료 징수는 1962년 해인사를 시작으로 시행됐으나 입장료 징수는 1970년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국립공원 지역을 설정하는데 있어 사찰의 토지에 대한 재산권을 보상하는 조치도 전혀 없었다. 그간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사찰은 입장료와 관람료를 한 매표창구에서 합동징수해 왔다. 그렇게 한 살림을 하는 동안에도 입장료와 관람료를 둘러싼 마찰은 심심찮게 발생했었다. 주로 국립공원 관리공단이 입장료 인상을 위해 분리징수를 주장하면 사찰은 산문폐쇄 등의 강경 대응으로 마찰을 정리하곤 했다.
사찰은 수행과 신행을 위한 종교 공간이다. 그러나 유구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민족의 공동 자산이라는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 종교성과 문화성을 두고 볼 때 사찰의 기능은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 수 없다.
관람료와 관련한 문제풀기는 바로 이 사찰의 기능에서 출발해야 한다. 기능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순기능을 부양함으로써 민족문화의 발전을 꾀할 수 있다면 어떤 이유로도 그 기능성은 침해될 수 없다. 더구나 사찰이 국립공원 지역에 편입되어 뜻하지 않게 관광지로서의 기능까지 요구받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사찰은 매우 불편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
관람료를 둘러싼 조계종과 정부의 시각차가 크다고 보여 지지는 않는다. 문화재 관리를 위한 적지 않은 비용을 마련할 방법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물론 그 ‘답’은 정부가 내놓아야 한다. 조계종은 관람료의 징수를 고수하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보는 듯하다. 입장료가 폐지된 마당에 관람료의 단독징수는 끊임없는 민원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라리 사찰 경내지를 국립공원에서 제척해 달라는 요구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관람료도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정부가 문화재의 수리 보존과 그를 둘러싼 제반 행정비용 등을 충당하는 법적인 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조계종이 공원지역에서의 경내지 제척을 요구하거나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정부가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라는 강력한 주문에 다름 아니다. 조계종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관람료를 둘러싼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민심의 질타를 받지 않고도 슬기로운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