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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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보릿고개 어쩌나/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올 봄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미사일 발사와 10월 핵실험으로 우리 정부의 50만 톤 식량 지원과 20만 톤 비료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외 민간단체의 인도적 지원도 끊긴 상황이다. 작년 여름 수해 피해가 컸던 것도 식량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만성화된 식량 부족에 이와 같은 요인들이 결합하면서 올 봄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 두면 수 백 만의 대량 아사자가 발생했던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의 참극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식량난은 인도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와 민간단체의 긴급 구호가 시급하다.
지난 7월 북한의 수해 피해는 우리 상황보다 훨씬 심각했다. 당시 북한당국이 사망·실종자를 2백 명 내외로, 국내 일부 대북 민간지원단체에서 3천여 명으로 발표하는 등 혼선이 있었지만 상당한 인적 피해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엄청난 농경지의 유실과 침수 등으로 농작물 피해가 심각하게 발생했다.
대부분의 마을과 농경지가 수해에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는 현실에서 집중 호우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북한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면 가슴을 쓰러내려야 하는 현실을 타파하지 않으면, 식량난 해결의 단초는 찾기 어렵다.
구조적으로 식량부족국가인 북한 자체의 생산수단으로는 자연재해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매년 2백만 톤 내외의 식량이 부족하다. 북한의 1년 전체 필요 식량은 6백 50만 톤 내외며, 평년작 기준으로 실제 생산량은 4백 50만 톤 내외다. 그 동안 북한은 부족분 중 매년 1백만 톤 정도를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외부의 지원에 의존해 오면서 근근이 버텨 왔다. 그러나 작년 외부의 지원 단절과 수해 피해로 북한이 확보한 식량은 4백 50만 톤을 크게 밑돌 것으로 보인다. 보다 심각한 것은 지난 10여 년 동안 지속된 식량난에 가중되는 것이기에 더더욱 문제가 크다.
이 시점에서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 재개가 시급하다. 최근 10여 년 동안 북한은 봄철마다 과거 우리가 경험한 보릿고개를 반복하고 있다. 계절적으로 식량이 가장 부족한 시기가 이 때이기 때문이다. 긴급한 것은 우리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중단한 수해피해 지원물자와 대북 식량지원 재개다. 정부는 당시 쌀 차관과 비료 추가지원을 전면 유보하면서, 그 시한을 재개가 가능한 “출구가 보일 때까지”로 정한 바 있다. 핵실험으로 여건은 더 나빠졌지만, 최근 6자회담 재개로 최악의 한반도 위기상황은 점차 벗어나고 있다.
핵실험으로 단절된 남북관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라도 대북 식량지원은 유용한 소재다. 쌀과 비료 지원 유보조치는 유엔대북제재결의안 1718호와는 무관하게 우리가 독자적으로 취한 조치였기에 식량지원은 지금이라도 가능하다. 당장 유보된 장마복구 지원사업이 재개되어야 할 것이다. 연이어 쌀 50만 톤 지원과 비료 지원을 매개로 남북 당국간 접촉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인도적 지원을 매개로 당국 간 관계가 복원된다면, 남북관계 진전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북한도 2차 핵실험 강행 중단을 공식 선언하고 6자회담에 전향적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여론은 아직까지 냉랭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해서 뻔히 예견되는 올봄 ‘2차 식량난’을 뒷짐 지고 있을 수만은 없다. 1990년대 후반 식량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수 백 만의 아까운 목숨을 잃은 민족적 참극을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불교도가 앞장서 인도적 식량지원의 물꼬를 터야 우리 정부도 나설 것이다. 우리 곁에 있는 북녘 동포들의 올 봄 배고픔에 눈길을 거둔다면, 불자들은 부처님의 자비정신을 실행하지 않는 죄행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2007-01-15 오전 11: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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