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서울대학교의 뇌 연구실을 방문하였다. 연구실은 20평 남짓한 공간인데, 원숭이 다섯 마리가 사육되고 있었다. 모두 두개골 수술을 받아서 정수리로 관이 나와 있는 상태였다. 이 관에 장착된 도선은 뇌의 전기신호를 측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예를 들어서 눈동자가 움직일 때 뇌의 변화를 측정함으로써 동물을 포함한 인간의 시각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다. 오염을 막기 위해서 원숭이는 청정실에 격리된 채 살아간다. 이런 실험 결과로 인간의 뇌질병을 이해하고 치료하게 된다면, 실험의 대상으로 죽어간 원숭이를 포함한 수많은 동물은 보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특히 인간의 과학이란 무엇을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일까. 서양 과학의 전통 즉 엄밀한 수학적 측정에 의해서 가설을 법칙으로 만들고 백명이 실험을 해도 같은 결과를 도출하고 또 앞의 일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에 따라서 현대과학자들은 인간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첫 걸음은 역시 인간의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를 이해하는 것이다.
20세기는 인간의 유전자 맵을 완성하는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세포에 들어있는 유전자를 모두 읽어내고 각 유전자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이해하는 것이다.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졌던 엄청난 일이 생명과학, 컴퓨터 그리고 나노 과학의 힘으로 빠른 시간 내에 완료되었다.
놀라운 것은 유전자를 구성하는 DNA 쌍의 수가(이 쌍의 배열 방식에 의해서 우리의 모습이 결정된다) 30억개 정도나 된다는 점 그리고 우리와 다른 모양을 가진 쥐, 침팬지가 사람과 각각 10% 그리고 1.2% 정도 밖에는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또 뇌의 지도를 그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뇌의 각 부분의 역할과 작용을 지도를 보는 것처럼 상세하게 알고 싶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난관은 살아있는 사람의 뇌 세포를 채취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쥐의 뇌를 가지고 연구를 시작해서 최근 쥐의 뇌 지도를 완성했다(www.brainatlas.org). 이 지도에는 쥐의 뇌 세포 내에 들어있는 유전자가 어떤 분자물질을 만들어 내고, 이 물질의 역할과 상호 관련 정보를 삼차원으로 제공하고 있다.
과학은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인간의 내부를 분자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이러한 진전은 인간의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게 될 것이다. 예전에는 영혼의 영역이던 뇌가 점점 육체의 영역, 물질의 영역으로 내려오고 있다. 그리고 영혼과 육체가 한 점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혼합되고 있다.
색과 공을 분리하지 않는 부처님의 법이 미래의 과학적인 접근에 어떠한 빛을 주게 될지 그리고 과학의 추구가 가져다 줄 한계를 부처님 법이 해결할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이것은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는 불자들의 숙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