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 불교에서 ‘포교’ 보다 절박한 화두는 없다. 다른 종교의 공격적인 전도활동이 불교세를 위축시키기 때문이 아니다. 생활문화의 변화 속에서 종교 자체가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현실 때문도 아니다. 포교가 발등의 불이라는 인식의 저변에는 ‘원칙과 정책’ ‘유지와 비전’ 등의 부재에 대한 우려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오늘날 불교계에서는 포교의 전형(典型)을 찾기가 쉽지 않다. 소위 ‘산중 불교’를 탈피하고 ‘도심 불교’로 거듭나야 한다는 구호는 현대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주창된 시류였다. 그러나 실상은 불교의 도시화가 세속화와 혼돈되고 대사회적 기능이 권력이나 계층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등 적지 않은 문제를 낳았다. 그래서 포교라는 지상 과업도 불교계 전체가 공감하는 현실문제로 자리 잡지 못했다. 그 결과 원칙에 입각한 다양한 정책이 개발되지도 못했고 성과를 관리하는 시스템과 비전을 제시하는 연구 역시 부족한 게 오늘날의 불교계 모습이다.
하지만 ‘문화 포교’의 영역은 생활문화의 변화를 타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산사음악회라든가 사찰의 지역문화축제의 구심점 역할, 인터넷 시대를 따라잡기 위한 각종 콘텐츠 개발, 웰빙 열풍 속에서 각광 받는 사찰 음식과 건강비법 등 불교가 가진 문화자산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찰이 마련한 각종 문화강좌도 지역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찰에서 이루어지는 문화 강좌는 지역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지역문화 운동이기도 하다. 인천 용화선원의 경우 어린이에서 노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70여 강좌를 운영하고 있어 모범이 되고 있다. 제2, 제3의 용화선원이 계속 생겨나길 바란다. 이는 사찰의 대 사회적 기능이 바로 문화라는 코드를 통해 포교의 꽃을 피우는 실례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사찰과 복지관의 문화강좌 등 각종 프로그램들이 불교교리나 신행 관련 내용에 국한하지 않고 생활 정보화 아동교육 각종 공예 등으로 영역을 확산하고 있는 것은 포교의 새로운 전형 만들기라는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이렇게 보면 지금 한국불교는 문화를 키워드로 하는 포교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셈이다. ‘도심포교’의 시행착오가 어느 정도 극복되면서 문화포교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산중의 고찰은 템플스테이를 통해 포교의 저변확대와 방법론 모색이라는 수확을 얻고 있다. 또 도시의 사찰과 복지관들은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생활 깊숙한 곳에 불교의 정신을 심는데 밝은 비전을 보이고 있다.
문화는 정신의 활동과 생활양식을 축으로 한다. 정신적 충만과 생활의 안락을 제공하는 문화 프로그램들을 통해 포교라는 과업을 달성하는 것이 우리 시대 불교계의 제일 과제다. 사찰 문턱을 낮추는 일이야말로 포교의 첫걸음이고 낮춰진 문턱을 넘어선 사람들이 가장 편안하게 들어설 수 있는 곳이 바로 문화공간이란 점을 강조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