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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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끝> 얼굴가난 (下)/원철 스님(조계종 총무원 기획국장)
도심의 어느 사찰에 매월초하루가 되면 미인보살이 꽃을 올리러 온다고 한다. 정말 마주쳐 지나친 후 누구나 다시 한번 뒤돌아볼 정도의 미인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보살이 절에 도착할 무렵이면 어김없이 집에서 도착여부를 확인하는 전화가 온다고 했다. 또 그녀가 절을 나선 이후에도 다시전화가 온다고 한다. 몇시에 나갔느냐고 반드시 묻는다는 것이다.
전화 받고 답하는 일이 매달 반복되다보니 그것도 원주소임자에게는 스트레스였다. 이쯤이면 예쁜 것도 죄가 된다.
그건 그렇고. 머리가 상투처럼 위쪽으로 튀어나온 것은 관상학적으로는 못난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런 것을 ‘육계’라고 하여 더 높이 가치부여를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세계의 또다른 법칙이다. 공자처럼 머리가 평평하기 때문에 못생겼다는 평가는 여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앞짱구 뒷짱구도 아니고. 이걸 윗짱구라고 해야하나. 그런데 이를 성인이 갖추어야 할 삼십이상(三十二相) 중의 하나로 여겼으니 참으로 오묘한 도리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수행자가 불과(佛果)를 이루게 되면 환골(換骨)하기 때문이다.
도독지책(塗毒智策)선사는 조그마한 절에서 수행했다. 그러던 어느 날 머리가 쪼개질 듯이 아픈 것이 사흘동안이나 계속되었다. 대중들은 뇌종양이 아닌가 하고 수군거릴 정도였다. 통증이 멎자 곧바로 정수리 뼈가 솟아올라 마치 다른 이의 뼈를 머리 위에 꽂아놓은 것 같았다. 이런 일이 있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시에 가장 큰 총림사찰인 쌍경사(雙徑寺)의 주지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이는 수행력이 복력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요즈음도 얼굴성형보다 더 어려운게 키를 키우는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900여년 전에 기도를 통해 키를 늘인 명암영서(1141~1215)선사의 이야기는 참으로 희귀한 예라고 하겠다. 그는 어릴 때부터 키가 작았다. 출가이후에도 내심 자기의 작은 키를 늘 의식하면서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밀교 수행법의 하나인〈허공장구문지법(虛空藏求聞持法)〉이라는 비밀법을 닦아서 키가 좀더 커지기를 발원했다. 백일간 지성으로 기도한 덕택으로 키가 약 12센티미터 정도 더 커졌다고 한다.
〈허공장구문지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기도법인지는 아직 확인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성장판’을 키울 수 있는 불교적 처방법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왕이면 미인이 될 수 있는 기도법까지 찾아내어 한 세트로 묶어서 세간에 내놓으면 포교가 저절로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교세 성장은 당분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선사의 고준한 법문보다는 성형외과의 견적서가 더 호소력을 가지는 시대에 걸맞는 방편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링컨은 사십이 넘으면 자기얼굴은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물론 타고난 부분이 있는 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지만 후천적으로도 얼마든지 자기분위기를 아름답게 연출해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관상학에서도 ‘면상(面相)’보다는 ‘심상(心相)’을 더 강조했다. 아름다운 마음씨와 수행으로 가꾼 투명하고 맑은 얼굴을 어찌 말초적인 성형미인에 비교할 수 있겠는가?

※후기
일주일에 한번씩 2년동안 긴 연재를 무사히 마쳤다. 스스로 재주없음을 돌아보지 않고 호기있게 시작한 것부터 잘못이었다. 마감시간이 턱까지 다가와서야 뭔가 주제가 떠오르곤 했다. 흔히 프로작가들은 ‘원고를 막았다’고 표현한다. ‘막았다’는 말속에 애시당초 ‘질높은 글을 썼다’는 의미는 설 자리가 없다. 그저 마감시간에 쫓겨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는 말이다. 아마추어인 나도 일주일에 한번 씩 ‘겨우 막았다’고 해야겠다.
보잘것 없는 글에 귀한 지면을 내준 ‘현대불교’와 분에 넘친 칭찬, 그리고 질책 격려해준 강호의 ‘고수’들에게 고개숙여 감사드린다.
2006-12-29 오후 4: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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