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의 안전을 기하고 정법으로 백성들을 다스리고자 원한다면, 백성들의 공포를 없애주어야 한다. <아함경>
어느새 연말이다. 이맘때면 송년회다 설이다 하며 가는 한 해를 축하하고 오는 한 해를 기뻐하기 마련인데 올해는 어느 때보다도 춥고 지난하게 느껴진다. 소비시장은 얼어붙었고, 정국이 불안해진 여파가 그대로 경제 분야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쏟아지는 부동산 대책은 오히려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 당장 부동산 시장은 11ㆍ15 부동산대책 이후 급등세가 진정됐다고 하나 여전히 노무현 정부가 억지스럽게 만들어 놓은 각종 부동산 가격 견제장치가 이완돼 집값이 오르리라는 심리가 팽배하다. 민생관련법안이 뒷전으로 밀려난 채 여당과 야당의 힘겨루기만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서민들은 최대한 숨죽이며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결국 이 상황의 중심에는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서로서로 믿지 못해서 불안하고, 불안해서 믿지 못한다. 믿지를 못하니 정부가 무엇인가를 하고자 해도 마음이 모이지 않고, 결국 민심도, 지방자치단체도, 야당도 어느 하나 따라주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것이다. 일찍이 부처님은 민심을 다스리는 방법을 묻는 대왕에게 “겉모양보다는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며 “사람의 근본을 이루고 있는 그 마음을 가라앉혀라”라고 설법하신 바 있다. 지도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근본 도리는 백성의 마음과 믿음을 얻는 일이라는 소리다.
믿음은 더러운 작용이 없기에 청정함을 가지고 교만을 없앤다. 따라서 믿음이야말로 공경의 근본이며, 법장의 제일가는 재물이어서, 청정한 마음의 손이 되어 여러 덕행을 받아들인다.<화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