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언론의 열악한 현실
타종교와 비교조차 힘들어
‘현대불교’ 폐간 지켜만 볼건가
인류 역사상 숱하게 많은 종교가 탄생했지만 대부분은 발상지에서 짧은 기간 명맥을 유지하다가 사라졌다. 시공(時空)을 초월해 이른바 ‘보편종교’로 발전한 것은 불교를 포함해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이다. 지구상에 태어났던 그 많은 종교들이 왜 그리 수명이 짧았을까?
첫 번째 이유는 가르침의 내용이 부실해서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창시자의 깨달음이나 종교적 자각, 가르침이 훌륭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사라져간 종교 사상도 분명히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전달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고대에는 불교를 비롯하여 거의 모든 종교와 사상이 ‘입에서 입으로’ 그리고 제자나 신도들을 한 자리에 모두 모아놓고 육성으로 ‘가르침’을 전해야 했다. 그 가르침을 암송하여 다른 지역으로 그리고 다음 세대로 이어갔고, 나뭇잎이나 나무 조각에 새겨 후세에 전해지고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갈 수 있었다.
이른바 패엽경(貝葉經)이나 죽간(竹簡)으로 남아있는 논어ㆍ노자 등은 다 이런 과정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진 것이다. 자기 종교나 사상의 가르침을 당시 최고의 미디어 수단을 활용해 시공을 초월해 전한 곳은 살아남았다.
이제 세상이 너무 많이 변했다. 시대가 변하였다고 해도, 부처님께서 제자들과 일대일로 법담을 나누시던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신심과 종교적 열정이 특별한 사람은 옛날 방식대로 나무 판에 한 글자 한 글자씩 정성을 들여 경전 내용을 새기고 먹을 갈아 고운 한지에 찍어서 전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 차원의 신심이기는 해도, 이 시대의 전법과 전도 방식으로는 맞지 않는다. 최신 미디어 매체인 인터넷을 활용하지 않고는 전법이 불가능하다.
미국 내에는 이미 각 불교 전통에 따르는 다양한 불교 수행법을 소개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상당히 많고, 오스트레일리아의 붓다넷(www.buddhanet.net)도 수준 높은 불교 정보를 전해준다. 타이완 불광산사에서 운영하는 위성TV는 이미 전 세계를 시청권으로 하고 있고 최근 세계 최대의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에 TV 방송을 시작하였다.
말레이시아의 불교홍법회(The Buddhist Missionary Society)에서 설립·운영하는 부디스트채널(www. buddhistchannel.tv)은 현재 세계 각국의 다양한 불교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를 하고 있다. 나를 포함하여 우리나라 불교계 신문의 국제면에 등장하는 해외불교 관련 소식은 대개 이곳에서 얻는 정보이다. 그러니 이곳을 가리켜 ‘말레이시아 사이트’라고만 해서는 안 되고, ‘세계불교의 종합 사이트’라고 해야 옳다는 생각이다.
이쯤에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자. 한국 불교가 이른바 왜색불교를 청산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마무리하고 그 힘든 상황에서도 이 정도까지 발전한 데에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불법 전파를 위해 고생한 불교계 언론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몇몇 불교계 신문사가 폐간되거나, 대주주의 경영 포기로 어려움을 겪었고 양대 방송사도 어려운 조건에 놓여있다.
우리 불교계 언론의 상황은 다른 종교계의 미디어 선교 전략과 현실과 비교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이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치는 식으로 더욱 나쁜 상황이 벌어졌다. 13년 가까이 나름의 색깔을 가지고 불교계 언론의 한 축을 이루어온 현대불교신문이 법인청산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것은 종이 신문의 폐간뿐만 아니라 인터넷 ‘붓다뉴스’ 등 그 동안 ‘현대불교’가 해온 일체 사업이 중지되는 것이다.
“‘현대불교’의 폐간은 한마음선원의 일이니 그곳에서 알아서 해야 한다”고 방치하지 말고, 조계종단을 비롯한 전체 불교계가 살려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