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교육은 종단의 어떤 사업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동안 여러 차례 승가대학 교직자회의에서 교과과정의 현실화 개편에 대한 제기는 있었지만 혁신적 교육개혁안을 총림의 결의로 실행의지를 가결한 것은 이번 해인사가 처음이다. 사실 승가교육은 고려시대부터 시행해오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현실성이 너무나 결여된 상태였다. 계정혜 삼학은 승가교육과 수행의 기본이다.
이번 해인사에서 개편한 교육과정을 보면 과거의 교과과정에서 완전히 탈피하였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으나 전혀 그러한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조계종은 선종으로서 선수행을 중심과제로 한다고 하지만 승가의 기본인 계율과 원시 경전을 무시하고 대승불교를 표방하거나 선수행을 한다는 것은 뿌리가 없는 교육체계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이번에 개편된 교과과정을 보면 기본교육 4년간 불교전반과 조계종지를 학습할 수 있는 모든 교과목이 적합하게 배정되어 있다. 수행자로서의 필수적 인성의 계발을 위한 일반교양까지 포함되어 있어 대단히 획기적인 용단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학인들이 사중 노동력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현실은 승가대학의 교육목적과 상당한 괴리감이 없지 않았다. 물론 울력도 생산적 자립경영의 차원에서 부정할 수는 없지만 하루 수업시간이 오전 두시간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은 수준 높은 교육을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만든다. 또 사회 정규교육기관에서는 반드시 교육수준에 따른 평가가 있는데, 승가대학에서는 단순히 4년이란 과정만 이수하면 졸업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해인사가 철저한 검정과 평가를 통하여 자질을 향상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 것은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수행자로서의 지도력 향상에 큰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러한 개혁은 해인사 자체만으로는 실현가능성이 불가능하다. 반드시 종단의 교육최고기관인 교육원에서 전체 기본교육기관인 동국대와 중앙승가대, 지방승가대학의 공의를 거쳐 종단적 차원에서 실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강사의 인력과 재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종단차원의 교육개혁적 용단과 사찰운영자들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