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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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선과 골프의 과학/서울대 전기공학부
얼마 전 현대불교신문에 타이거 우즈가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린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기사의 골자는 명상 훈련을 통해 경기 중 흔들릴 때마다 마음을 다스림으로써 좋은 성적을 올렸다는 것이다. 스포츠에서 특히 골프와 같이 자기와의 싸움이 중요한 경기에서 마음의 평정을 찾는 것이야말로 승리의 관건이 될 것이다.
골프에 입문한 사람들은 “골프가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운동인지 몰랐다”고 종종 토로하곤 한다. 겉으로 보면 단순하기 짝이 없는 동작인데도 많은 사람들은 바른 자세를 배우기 위해 애를 먹는다. 실제로 공을 치기 전에 항상 연습 스윙을 하게 되는데, 이 경우 대부분의 골퍼는 바른 스윙을 하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실제 공을 칠 때는 전혀 다른 동작을 하게 된다. 테니스와 다르게 움직이지 않는 공을 치는 쉬운 환경인데도 말이다.
골퍼의 동작을 주의깊게 살펴본 사람은 골프가 선수행과 참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이로부터 많은 시사점을 얻게 된다.
첫째는 ‘너무 단순하다’는 것이다. 골프는 팔의 원운동으로 정지된 공을 치고 선(禪)은 가만히 나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주시만 하면 된다는 간단한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여기에는 인간 내면의 습관(혹은 업)과 관련이 있다. 골프에서는 공을 치려고 할 때, 손이 먼저 공을 때리겠다고 하는 습관이나 욕심이 항상 바른 스윙을 망치게 한다. 마치 참선을 하고 있을 때 망상들이 나를 괴롭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망상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그 애씀이 또 하나의 망상으로 나를 괴롭히게 된다.
둘째는 완성 과정에서 많은 깨달음이 있다는 것이다. 골프연습장에 가본 사람은 너도 나도 남을 가르치고 싶어 한다는데 놀랄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조차도 대부분 잘못된 스윙을 하면서도 자기 스스로의 느낌으로만 자꾸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선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참선 도중에 찾아온 느낌으로 항상 깨달음과 혼동을 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나름대로 깨달음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완성을 얻기 위해서 작은 깨달음을 점검할 스승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셋째는 완성을 이룬 사람들은 그 경지가 너무나 간단하고 쉽다고 한다. 어떤 선사는 깨닫고 보니 깨달음이 코를 만지는 것보다도 쉬었다고 이야기한다. 골프 천재들은 골프 스윙을 완성한 후, 피나게 연습한 것이 어려운 스윙을 연습한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동작을 없앤 과정이었다고 이야기 한다.
이렇듯 골프와 선의 놀라운 유사성 뒤에는 억겁을 지나온 우리의 몸에 들어있는 ‘경향성’이 자리 잡고 있다. 아마 이 경향성을 부처님 법에서는 ‘업’ ‘집착’ 등으로 표현하는지 모른다.
한해가 저물어가는 12월, 업무 마무리, 송년회 등 바쁜 일정 중에서도 골프와 선의 심층에 들어있는 업을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2006-12-11 오전 10: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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