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이 부처가 되는 길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사의 바다를 건너야 도달할 수 있는 머나먼 여정이다. 이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 조금도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 된다. 한 걸음 한 걸음 끊임없이 부처님 세상을 향하여 앞으로 나아가되 어떤 곤란이나 억울함을 당하더라도 화를 내지 않고 참아내는 마음이 있어야만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하게 된다.
화를 내지 않고 참아내는 마음, 이 참마음을 놓치지 않고 끊임없이 지켜나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참된 정진이다. <선가귀감> 49장에서는 말한다.
守本眞心 第一精進
‘본디 참마음’을 지키는 것이 으뜸가는 정진이니라.
‘본디 참마음’은 부처님 마음을 말한다. 헛생각을 떠나 있는 것이 ‘참’이요 신령스럽게 밝은 것이 ‘마음’이다. 헛생각은 오염된 중생의 마음이요, 오염된 마음을 떠나 신령스레 환하게 빛나고 있는 것은 부처님 마음이다.
아직 중생이지만 부처님의 삶을 좇아서 부처님 마음을 지켜나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으뜸가는 정진이다. 정진(精進)을 <선가귀감> 언문주해에서도 “정(精)은 부처님 마음에 조금도 다른 잡념이 섞이지 않는 것이요, 진(進)은 그 마음에서 조금도 물러나지 않고 그 마음상태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다[精 不雜 시오 進 不退 시라]”라고 하였다. 서산 스님은 말한다.
若起精進心 是妄 非精進. 故云 莫妄想 莫妄想. 懈怠者 常常望後 是自棄人也
정진하는 마음을 일으키면 이는 헛된 생각이니 올바른 정진이 아니다. 그러므로 분양 선사가 이르기를 “헛생각 하지 말라 헛생각 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게으른 사람은 늘 뒤를 바라보는데 이는 스스로 공부를 포기하는 사람이다.
‘정진하는 마음을 일으킨다는 것’은 부처님 세상을 따로 두고서 그곳으로 가겠다고 마음 내는 중생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 생각은 부처님 입장에서 보면 무명으로 인(因)하여 중생의 시비 분별로 만들어진 것이니, 허깨비와 같은 ‘나’와 ‘부처님 세상’이라는 경계에 집착하는 중생들의 ‘헛생각’에 불과하다. 중생의 생각으로 무엇을 성취하려는 것은 허망한 것으로서 중생계에 머물러 벗어나지 못하니 올바른 정진이 아니다. 그러므로 분양(汾陽 762~823) 선사는 누가 무슨 말을 묻든지 한결같이 대답하기를 “헛생각 하지 말라 헛생각 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올바른 정진이란 부처님의 참마음을 잊지 않고 그 근본을 지켜 ‘부처님의 삶’을 사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참된 정진이므로 그밖에 따로 정진한다는 생각에 집착하면 이것은 헛생각으로서 참된 정진일 수 없다. 그래서 “정진하는 마음을 일으키면 이는 헛된 생각”이라고 한 것이다. 정진이란 끊임없이 물이 흐르듯 부처님의 참마음을 끊임없이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므로, 게으름을 피우면서 자꾸 공부를 뒤로 미루는 것은 스스로 공부를 포기하는 사람이다. 정진이 중단되면 모든 공부는 거기에서 그쳐버리기 때문이다.
올바르게 부지런히 정진하는 사람들의 삶은 그 자체가 ‘부처님의 삶’이므로 열 가지 이익이 있다고 한다. 첫번째, 삿된 소견을 지닌 사람은 어느 누구라도 그를 굴복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부처님 공부를 부지런히 끊임없이 하는 사람은 부러지지 않는 금강같은 부처님의 보배 지혜를 지녔기 때문이다.
두번째, 시방세계 모든 부처님이 그를 거두어 보살피는 것이다. 부처님 공부를 하는 사람은 부처님의 지혜를 이어받을 부처님의 아들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세번째, 하늘의 신장들이 언제 어느 곳이든지 이 사람을 따라다니면서 지키고 보호해 주는 것이다. 이 사람은 뒷날 부처님이 되어 모든 중생을 제도하실 귀하신 분이므로 하늘의 신장들이 늘 부처님처럼 우러러 보고 존경하기 때문이다.
네번째, 한번 들은 법은 잊어버리지 않고 늘 마음속에 담아놓는 것이다. 부처님의 법은 한번 인연을 맺어놓으면 절대로 없어지지 않고 시절인연이 도래하면 반드시 꽃을 활짝 피우기 때문이다.
다섯번째, 아직 듣지 못했던 법을 지금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부지런히 공부하는 사람은 부처님 법에 대하여 싫증을 내지 않고 언제나 즐거워하므로 일찍이 듣지 못하던 법을 지금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섯번째, 말문이 트이는 것이다. 부지런히 공부하여 모든 법의 이치에 정통하므로 다른 사람이 묻는 대로 거침없이 답변하여 어떤 의심도 풀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곱번째, 고요한 삼매를 얻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고요하여 세상살이 어떤 일이라도 조금도 흔들림이 없기 때문이다.
여덟번째, 있던 병도 사라지고 괴로움도 없어지는 것이다. 부지런히 정진하는 사람은 몸과 마음을 잘 다스리므로 언제나 몸이 가볍고 편안하여 있던 병도 사라지고 온갖 괴로움이 없어지기 때문이다.아홉 번째, 먹는 음식을 언제나 잘 소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부지런히 정진하는 사람은 몸과 마음이 조화를 이루어 건강하므로 어떤 음식이라도 소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열번째, 진흙탕 속의 푸른 연꽃과 같아지는 것이다. 부지런히 정진하는 사람은 생사의 역경에 처해 있더라도 진흙탕 연꽃처럼 그 마음이 맑고 순수하여 조금도 두려워하거나 흔들리지 않아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 존경하는 마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불유교경(佛遺敎經)>에서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그대 비구들이여, 부지런히 정진하면 어떤 일도 어려울 것이 없다. 이 때문에 그대들은 부지런히 정진해야만 한다. 비유컨대 오랜 세월 작은 물방울이 쉬지 않고 떨어지면 단단한 돌도 뚫리듯 부지런히 정진하면 반드시 성불할 것이다. 만약 수행하는 사람이 자꾸 게을러져 공부를 하다가 그만두면, 이는 마치 불씨를 얻으려고 나무를 비빌 때 아직 나무가 뜨거워지기도 전에 나무 비비던 일을 그만두는 것과 같다. 이런 식으로는 아무리 불씨를 얻으려고 해도 불씨는 얻을 수 없듯 끝내는 성불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 이를 정진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