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계의 대표적 어린이 포교 단체인 (사)동련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1986년 어린이 법회 지도자를 교육하는 불교교사대학을 설립하고, 1990년부터는 어린이 불교 잡지인 월간 <동련> 10만 권을 전국에 배포하고 있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 이루어낸 값진 결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사)동련의 ‘눈부신’ 성취가 사실은 ‘눈물겨운’ 결실이라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지난 20년 간 한국 불교는 적어도 어린이 불교에 대해서만큼은 침체일로였다. 어린이 법회의 감소가 그것을 말해 준다. 이에 대한 각성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결국은 구호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현실을 냉정히 들여다보면 자연스런 일로 받아들일 측면이 없지 않다. 우리 사회가 급속히 ‘산업화’, ‘도시화’되면서 아이들도 경쟁의 장에 흡수되어 버렸다. 아이들은 뿔뿔이 ‘학원’으로 달려가고 ‘컴퓨터’에 매달렸다. 사찰은 이런 아이들을 흡수할 동력을 잃어 버렸다.
입버릇처럼 ‘위기’와 ‘침체’를 말할 게 아니라 ‘요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어린이 포교는 다음과 같은 점에 주안점을 두었으면 한다.
첫째, 앞으로 어린이 법회는 ‘골목’ 문화의 현대판이어야 한다. 1학년과 6학년 어린이가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봄·가을에는 ‘야외활동’이나 ‘생태체험’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둘째, 부모들의 빈 곳을 채워 줘야 한다. 대학생·청년회·신도 조직과 연계하여 ‘특기·적성’ 계발이나 ‘글쓰기·논술’ 지도를 통해 부모들의 고민을 들어 줘야 한다. 현실적으로 아이들을 돕는 일이기도 하다. 셋째, 도시 사찰이나 지역의 중심 사찰은 사회봉사의 차원에서도 ‘어린이 집’과 ‘유치원’을 운용해야 한다. 일요일에는 이런 공간을 활용해 찾아가는 어린이 포교를 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 포교의 침체는 원력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것에 근본적 원인이 있었다.
사실 요즘 아이들은 이 시대의 가장 고통 받는 중생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지에 대한 종단 차원의 해법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