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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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수목장, 아직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나?/강동구(동국대 불교대학원 장례문화학과 겸임교수)
수목장, 말도 참 많다. 실상 말이 많다는 게, 유행처럼 이야기된다는 게 문제이다. 한 문화권이나 사회에서, 돌아가신 분을 최종적으로 어떻게 모실 것인가 하는 문제, 즉 장법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거나 도입되어 시행되고 정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수목장에 대한 담론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장법인 양 회자되기도 한다. 물론 여러 면에서 이상적이다. 문제는 이상적인 만큼 현실성에 대한 검증, 즉 많은 국민들이 수목장을 쉽게 받아들일 것이며 행여나 또 다른 폐단을 만들어 내지는 않겠는가에 대한 검증이 충분히 선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은 분명 구분되어야 한다.
이상적인 것도 관점을 바꾸어 보면 이상적이지 않을 수 있고 또는 처음엔 이상적이었지만 나중엔 여러 폐단을 양산해 오히려 시행하지 않은 것에 못 미칠 수도 있는 것이다. 화장 후 납골방식의 하나로 제도화해 시행한 납골묘가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비근한 예이다. 최근의 수목장에 관한 성급함도 동일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거듭, 장법 즉 죽은 자를 어떻게 모실 것인가는 그 사회 전체 구조와 문화적 맥락에 맞게 충분히 논의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되고 시행되어야 한다. 이웃 어느 나라에서 성공적으로 시행된다고 해서, 아니면 환경이나 비용, 편리성, 위생이란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해서 그것이 반드시 우리 문화체계나 사회구조에도 잘 맞고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리라 속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여러 면에서 수목장은 좋은 장법임에는 틀림없다. 자연회귀라는 본래의 우리 전통장법과도 부합하며 비교적 깔끔하게 무(無)로 환원한다는 데서 불교 교리와도 여러 면에서 합치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수목장에 대한 논의나 개정 추진 중인 장사법이 지나치게 친환경성과 경제성, 편리성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이나 경제적인 요소만 고려한다면 굳이 수목장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돌아가시면 화장이나 빙장(氷藏)해서 곧바로 적절한 시설에 뿌려버리면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묘지는 묘지이어야 한다. 고인은 고인으로서 일정기간 후손들에게 기억되고, 후손은 고인을 기억하고 추도할 장소와 대상을 가져야 한다. 후손을 통해 영생과 불멸성을 추구하는 게 우리 전통 장례문화의 본질이며 이는 우리 사회를 지탱해가고 있는 기층문화의 핵심이다.
따라서 수목장도 무엇보다 첫째로 묘지라는 문화적 제도로 다루어지고 준비되어야 한다. 둘째로는 많은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마지막으로 향후 예상되는 폐단을 최소화해야 된다.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본래의 묘지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어야 한다.
원래 묘지는 고인의 표식 기능과 고인의 불멸성에 대한 담보를 통해 살아생전 죽음이란 종국성이 주는 두려움과 무의미성을 극복하게 함으로써 삶의 의미와 역동성을 주기위한 제도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묘지로서의 표식기능과 후손들의 참배공간이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향후 예상되는 폐단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빠른 정착을 위해서는 운영 및 관리주체를 명확히 하되 좀 더 유연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이 정교하고 세세할수록 오히려 탈법 등의 폐단은 늘어나게 된다. 법은 큰 틀만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개정 추진 중인 장사법이 통상 최적의 수목장 부지에 위치하고 있어 운영과 관리의 주체로 잘 기능할 수 있는 사찰 등도 별도의 재단법인이나 종교법인을 설치해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수목장 활성화를 가로막거나 관리주체가 모호한 수목장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기에 재고돼야 한다.
2006-11-27 오전 11: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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