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보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찐빵과 만두를 파는 곳이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찐빵과 만두를 보니 어느덧 계절은 겨울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가 있습니다.
퇴근길이면 따끈한 찐빵 하나 입안 가득 베어물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겨울이 되면 사찰음식을 배우기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니던 기억이 납니다.
몇 해 전 겨울, 한 방송사에서 의뢰가 들어 온 적이 있습니다. 바닷가에 있는 사찰에서 해조류로 만들어 먹는 사찰음식을 소개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인연이 있던 스님이 머무시던 망해사를 추천했고, 스님께 전화를 드려 촬영 협조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바닷가에 있는 절이라고 해서 특별한 해조류 반찬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역국이나 다시마쌈, 파래무침 등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들을 바닷가 사찰에서도 즐겨 먹는 정도이지요. 담당 PD 역시 ‘특별한 바닷가 사찰음식’을 기대했다가 약간은 실망한 표정이었습니다. 뭔가 특별한 음식을 고민하던 스님과 저는 미역귀와 감자를 함께 이용해 조림을 하고 파래로 전을 하는 것으로 방송 촬영을 마쳤습니다.
그때 느꼈던 망해사의 겨울은 지금까지도 제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파란 바닷물이 큰 파도를 일으키며 부서지는 모습과 스님의 단아한 웃음, 때 묻지 않은 사하촌 주민들의 인심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다시 한 번 망해사를 찾아 을씨년스러운 제 마음도 정리하고 모처럼 스님도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님의 반가운 미소와 바닷가의 짭쪼름한 향기가 저를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만드는 법
<다시마 샐러드> 재료: 쌈 다시마 1줄기, 양파 1개, 양배추 약간, 오이 1/2개, 소스(사과식초 3큰술, 포도씨유 3큰술, 다진 청ㆍ홍고추 1개분씩, 설탕 약간, 표고버섯물 1큰술, 물엿 1큰술, 통깨 갈아서 2큰술)
① 쌈 다시마는 물에 여러 번 헹군 다음 5cm 길이로 자른다. ② 쌈 다시마는 돌돌 말아서 곱게 채 썬다. ③ 채 썬 쌈 다시마는 뜨거운 물에 데쳐내 물기를 빼준다. ④ 양파와 양배추, 오이는 곱게 채 썬다. ⑤ 간 통깨와 분량의 재료를 섞어서 소스를 만든다. ⑥ 채 썬 다시마와 양배추, 양파, 오이를 순서대로 담은 뒤 소스를 뿌려 완성한다.
<파래 감자전> 재료: 감자 1개, 파래 1줌, 통밀가루 2큰술, 포도씨유 약간, 소금 약간, 양념장(간장 2큰술, 식초 1작은술, 통깨 조금)
① 감자는 껍질을 벗겨 믹서에 간다. ② 파래는 흐르는 물에 씻어 물기를 빼 건져준 후 잘게 자른다. ③ 갈아 놓은 감자에 파래를 섞어주고 통밀가루와 섞어 반죽을 만든다. ④ 프라이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한입 크기로 부친다. ⑤ 분량의 재료를 섞어 양념장을 만들어 함께 낸다.
▶다음 주에는 우엉단호박 샐러드와 단호박 두부죽을 만들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