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수련회를 가면,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것이 있습니다. ‘묵언’과 ‘차수’지요. 순식간에 말과 손이 ‘묶여집니다.’ 그간 너무도 자유롭던 입과 손이 절제의 덕을 요구받게 되는 겁니다. 말을 못하고, 양 손을 단전에 붙이고 다녀야 하니 오죽 답답하겠습니까?
사실, 차수 자세는 합장 못지않게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앉아 있거나 서있을 때 차수하고 있는 모습은 너무도 경건합니다. 교육 잘 받은 귀공자 같고, 겸손과 예절 바른 양반 집 자녀 같으니까요. 두 손을 자연스럽게 마주 잡는 차수. 이것이야말로 존재에 대한 겸허와 존경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차수는 이렇게 합니다. 양손의 엄지와 집게손가락 사이를 마주 끼우고 한 손바닥으로 다른 손의 손등을 가볍게 덮습니다. 이 때, ‘왼손이 아래냐 오른손이 아래냐’는 의미가 없습니다. 어떤 스님은 남자는 왼손을 오른손 위에, 여자는 반대로 해야 한다고 합니다. 남자의 경우, 왼손은 음기를, 오른손은 양기를 의미하기 때문에, 경건한 절집에서는 음기로 양기를 덮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어느 손이 위아래냐를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왼손 오른손을 따지게 된 것은 예로부터 우리나라가 좌고우비(左高右卑)의 문화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높았던 거죠. 반면 좌도(左道)는 사도(邪道)요, 우도(右道)는 정도(正道)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결국, 좌우의 개념이란 편의적이었을 뿐입니다. 하기 편한대로 손을 마주잡으면 됩니다.
김철우 기자 in-gan@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