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0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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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남부 스님들 탁발 중단/자유기고가
태국이나 스리랑카와 같은 상좌부 불교국가에서는 매일 아침 스님들이 절에서 나와 줄을 지어 탁발에 나서는 것이 중요한 일과 중 하나이다. 세월이 흘러 환경이 변했어도 “승가는 부처님 법을 신자들에게 전하고, 재가 신자들은 스님들이 원만한 수행을 하는데 필요한 물품을 공양한다”는 ‘승가-재가’간의 기본 원칙은 바뀌지 않고 있다.
노란 승복을 입고 입을 꾹 다문 채 탁발에 나서는 스님들의 행렬과 신도들이 그분들에게 정성스레 공양을 올리는 광경을 대하면, 설사 신심 깊은 불자가 아니더라도 경외심을 느끼게 된다. 세상이 변해서 굳이 이런 방식이 아니어도 ‘먹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상좌부 불교권에서 ‘탁발’은 살아있는 문화이고, 이제는 버릴 수 없는 전통이 되었다.
그런데 11월 12일 태국 영문 일간지 <방콕 포스트>가 전하는 소식에 따르면, 태국 남부에서 계속되는 테러 때문에 ‘버려서는 안 되는’ 이 문화 전통을 중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반란군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나라티왓(Narathiwat) 지역의 스님들이 13일부터 무기한으로 아침 탁발을 중단하기로 하였는데, 이것은 말레이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태국 최남단 지역의 지도자 스님들의 회합에서 결정되었다.
이 지역에서는 스님들과 불교 신자들에 대한 공격이 점점 가열되고 있으므로, 이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아침 탁발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역 불교계의 판단인 것이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승가 대표와 경찰 및 군 당국간의 회합이 예정되어 있지만 빠른 시일 안에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은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반란군의 공격을 피해 사찰로 찾아와 피난처를 구하고 있고, 이 흐름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 병력을 재배치하고 있지만 반란군의 표적이 되는 마을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11일에도 반란군이 폭격을 가해 민간인 4명이 숨지고 국경 경비 경찰 2명이 총에 맞아 사망하는 등 사태가 악화되자 왕세자까지 나서서 이 문제를 다룰 청문회를 열도록 했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농사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농민과 학교 경비원들을 총기로 난사하고 지역 학교 교사의 사택에 불을 지르는 일까지 벌어진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오히려 전근대 시대에는 이 지역 ‘불교도와 무슬림’들이 함께 어울려 잘 살아왔다. 그런데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여 서로간의 ‘소통’이 훨씬 더 빨라진 오늘날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오히려 사람들 사이의 ‘소통’이 더 막혀가는 것이 아닐까?
이 지역 반란군이 주로 이슬람교도의 분리를 요구하는 무슬림들이고 이들에게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주로 불교도들이라고 해서 “무슬림 타도!”를 외치는 잘못을 범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이런 점에 비추어볼 때, 테러리스트들의 표적이 되어 자칫하면 ‘보복의 악순환’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아침 탁발을 중단하기로 한 승단 지도자들의 결정은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탁발 중단은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서로 다른 집단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을 이끌어내는 일 또한 승가에 주어진 임무일 것이다.
어쨌든 일부 지역이기는 하지만 아침 탁발에 나서는 스님들의 장엄한 행렬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어 태국 승가에서 아예 탁발이 사라지고 신도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상황까지 오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2006-11-20 오후 2: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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