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조계종 제 14대 중앙종회가 출범했다. 첫 정기종회에서 인적 구성과 조직을 구비하는 절차를 수행했고, 분과별 감사활동을 개시하는 등 일정들이 진행되고 있다.
개원 첫날부터 10여개 안건 처리 과정에서 8시간에 걸쳐 진행된 4번의 투표와 토론이 격렬해져 각 계파적 입장과 선거 과정의 앙금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표출되고 있어 향후 종회 활동의 걸림돌이 될 소지가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본분철추(本分鐵鎚)로 자기명근(自己明根)을 점검하고 파사현정을 가려서 불조의 강령을 실천”해달라는 종정스님의 개원법어를 추상같이 여겨야 할 것이다. 새로 구성된 14대 중앙종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원융화합의 자세로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종회활동을 전개해달라는 것이 사부대중의 바람이다. 이전의 종회가 결코 화합적인 모습으로 일관되지 못했음을 반성하는 자세가 우선되기를 주문해본다.
앞으로 많은 입법활동과 각종 사안을 심의 의결하는 회의를 열게 된다. 이미 총무원으로부터 예산안과 종회의원 선거법 개정안 등 기타 종헌종법 개정안들이 상정돼 있다. 입장에 따라서는 어느 정도 문제성을 띠는 부분도 필경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종회에서 다루는 사안이나 종책을 세우는 발상과 실천의 요령에 대해 종회의원 나름대로 계파나 문중의 입지를 염두에 두기보다는 불법의 근본에 바탕한 청정한 법규를 따르는 자세를 견지하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종헌종법에 근거하여 합리적이고 분별력 있는 안목으로 합의체로서의 의회정신을 살려야 한다. 사안에 따라서는 철두철미하게 시비를 가릴 일도 있을 것이고, 또 두루 아울러 조화해내는 일도 있을 것이지만, 미봉적 타협이나 불순한 동기의 안배로 무마하고 처리해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총무원에 대한 견제와 협조라는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일이, 친여적이냐 아니냐의 대립적 사고에서 출발하지 말았으면 한다. 종회를 권력 구조와 각 계파간의 대립장으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의원스님들 개개인 면모를 본다면 충분히 대중의 신망 속에 훌륭한 역량을 한껏 발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높다.